주름지고 거칠어 볼품없는 저기 늙은 손이 한때 고왔다. 봄볕에 녹아 부푼 흙 사이로 삐죽 고개 내밀던 초록빛 새싹만큼이나 언젠가 그 손에도 생기 넘쳤다. 땅을 일구고 밥 짓고 불 때고 아이를 키워 내느라 돌볼 틈이 없었다. 손톱 밑엔 흙이 들어 빠질 줄 몰랐다. 나날이 거칠었다. 못이 박였다. 철 따라 나랏일 맡겨 달라며 누군가 뽀얀 손 내밀어 그 손을 꼭 잡았다. 투표소 찾아 1번을 찍었다. 인이 박였다. 오랜 세월이었다. 밀양 할매는 오늘 먼 길 돌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녹색 팻말을 들었다. 꼭 한 명이라도 국회에 보내겠다고 거기 적었다. 이상한 세상 ‘희뜩’ 뒤집겠다고 말 보태는데, 표정과 말투에 생기 넘쳤다. 왼손이 지치면 오른손으로 바꿔 들었다. 진압경찰 방패를 붙들고 버틴 손은, 산등성이 나무 베어낸 공사 터에 영산홍 묘목을 심던 손은, 쇠사슬 제 목에 감던 손은, 경찰에 비틀려 꺾였던 손은, 검찰 조서를 쓰던 손은, 고맙고 또 고맙다며 꽉 잡아 놓질 않던 손은, 저 늙고 거친 손은 이제 녹색을 들었다. 한평생 땅에서 녹색을 키우던 손이었으니, 아주 질기고 깊은 연대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니, 그것은 필연에 가까웠다고 할매 할배는 회견문에 적었다. 총선거 승리를 다짐하고는 바삐 나섰다. 거기 가까운 광장, 상복 차림으로 볼품없는 분향소 지키던 노동자를 찾아갔다. 주름지고 거칠어 보잘것없는 손을 거기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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