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현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충북사무소·호죽노동인권센터)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생활재활교사 두 명이 징계해고 됐다며 어찌해야 하는지 상담을 요청해 왔다. 해고통보서에 기재된 징계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살펴봤더니 두 사람이 중증장애인(이용인)에 대해 인권침해 행위를 했고, 요양시설 내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자체 실태조사를 방해했으며, 생활재활교사로서 지켜야 할 복무규율을 위반했다고 적시돼 있었다.

조심스러웠다.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장애인복지시설 내의 각종 인권침해 기사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덥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에서 사리판단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려웠다.

반복적으로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징계해고를 당한 생활재활교사는 징계해고를 당하기 수개월 전부터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나 관리실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사용자는 이를 묵살했다. 더구나 다른 생활재활교사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이들에게 행한 조치와 정반대로 인권침해 사실을 은폐하거나 가해자를 비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요양시설측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행위가 관리·감독기관 또는 시설 외부로 알려져 요양시설에 대한 평판이 악화되거나 행정적 제재를 받게 되는 상황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 때문에 요양시설의 관리·운영 실태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생활재활교사들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용자는 이들의 사소한 잘못을 침소봉대하고, 오히려 인권침해 가해자로 몰아 징계해고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노동위원회 심문회의 과정에서도 2명의 생활재활교사들이 인권침해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요양시설측이 본래부터 인권침해 행위 예방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내부고발자인 2명의 생활재활교사에게 보복적인 제재를 가한 것임이 드러났다. 판정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이들은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원직복직을 할 수 있다는 기쁨보다 그동안 사용자가 취한 태도에 비춰 볼 때 복직 이후 어떤 괴롭힘을 당할지 뻔히 예상되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미 이들은 해고되기 전부터 요양시설 관리자들은 물론 동료 생활재활교사로부터도 사실상 따돌림을 받아 왔다. 장애인요양시설이 많지 않고 노동시장도 크지 않아 요양시설 원장의 눈 밖에 나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 보니 동료 생활재활교사들도 원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염려한 일부 위원들은 원직복직 대신에 금전보상을 통한 화해를 권유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이들이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요양시설 내의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자신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뒤따를 고통을 그대로 감내하기로 하면서 말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나 인권지킴이단 구성, 이력관리제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주장되고 또 시행돼 왔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그 대가를 이들이 대신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중증장애인을 위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하면서 겪게 될 고통이 그나마 감내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치기를, 아니 그 어떤 고통이 있더라도 중증장애인을 위한 훌륭한 생활재활교사가 되기를, 생활재활교사가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유일한 방지장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조속히 시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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