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신의 직장’ 공공기관도 올해부터 저성과자 퇴출. 얼마 전 이런 제목의 뉴스를 읽었다. 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마련해서 발표를 강행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몰아칠 모양인가. 신의 직장, 저성과자 퇴출. 지금 이 나라에서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인가. 요즘은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이 비교적 높은 직장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두고서 신의 직장에 다닌다고 하는 것이겠다. 그런데 신의 직장에서 성과가 저조하다고 해고한다는 것인가. 이렇게 제목에 끌려들어가 기사 본문까지 읽고 말았다.

2. 지난 18일 “기획재정부는 송언석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기업·준정부기관 역량 및 성과 향상 지원 권고안’을 의결했다”며, “근무 성적이 나쁜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훈련 등을 한 뒤 그래도 성과가 좋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는 제도가 공공기관에 도입된다”고 뉴스는 쓰고 있었다.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기재부가 지난 1월 노동부가 발표한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공공기관에 적용해서 저성과자를 해고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근무성적을 평가해서 저성과자를 선별하고 직무에서 배제하고 교육으로 돌렸다가 평가해서 개선 여지가 없다고 퇴출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이제 공공기관 노동자를 상대로 몰아붙이겠다는 것이다. 하긴 얼마 전에는 공무원도 저성과자는 해고토록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요즘 세상에선 특별한 일도 아니다. 법률에 의해서 신분이 보장돼 있는 공무원이야말로 계급이 높아서, 혹은 호봉이 높아서 많은 급여를 받는다면 ‘신의 직장’의 노동자라고 볼 수 있겠는데, 기재부 고위직들이 먼저 저성과자 해고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닌 게 이상할 뿐이다. 도대체 기재부는 공공기관운영위를 통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권고안을 찾아 나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3.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심의·의결했다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직원 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 권고(안)’은, 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지침처럼, 해고를 사용하지 않고 지원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저성과자 퇴출을 염두해두고서 권고안은 작성돼 있다. 권고안에서는 “공공기관은 조직 내 경쟁이 적고 고용안정성이 높아 경영비효율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므로 효과적인 성과관리체계 정립 필요”하고, “정부의 공정인사 지침(1월22일)과 연계해 공공기관의 성과중심 인력관리를 위한 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방안 마련”한다고 권고안의 추진배경을 밝혔다. 이어 “직무상 요구되는 성과수준이나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능력 결여 또는 근무성적이 미흡한 직원”을 지원대상자로 하고, “기관별로 개인별 업무 성과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역량평가·다면평가 등을 종합 고려해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하고 선정 결과는 서면으로 통보, 직원 면담 및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추후 분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선정하도록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이렇게 선정된 지원대상자, 즉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기관 특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대상자 역량 제고 및 성과향상을 위한 교육, 배치전환 등 단계적 관리방안 운영”하되 “필요시 수회의 평가에서 업무능력 결여·근무성적 부진자로 선정된 직원을 대상으로 직위해제 및 대기명령 통보”토록 하고 최종평가 결과를 통해 “부진자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직권면직 등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이상과 같은 권고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노동부가 발표한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공공기관에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일반해고, 저성과자 해고에 관해서 부당하다고 말했던 것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 말고는 추가로 더 비판할 것도 없는 권고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하더라도 권고안을 통해 공공기관에 도입토록 한 저성과자 해고제도가 부당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나는 말해야겠다.

4. 도대체가 당연하지 않은 일이 너무도 당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오늘 이 나라에서 권력과 사용자 자본이 말하는 일반해고, 즉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를 제공할 수가 없기 때문에 퇴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근로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평가해서 저성과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건 그동안 이 제도를 추진해 온 권력과 이를 간청해 온 사용자 자본이 해 왔던 말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근로계약상 근로 제공을 이행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인 장애나 결함이 있는 자를 해고하기 위해서 일반해고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추진해 온 것이 아니다. 그런 일반해고라면 굳이 반복해서 부당하다고 나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무슨 짓이란 말인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입사하면서 제공해야 할 근로가 정해져 있고 그걸 수행해 온 자인데도 평가해서 저성과면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이 나라에서는 노동부의 지침으로 작성돼서 발표되고서 뻔뻔하게 당연하게 추진하고 있다. 근태불량이나 업무지시 위반이면 그에 따라 징계하면 될 일이다. 근무성적이 저조하다고 해고라니. 뭘 잘못했다는 것인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1차적으로 사용자의 몫이다. 근로계약관계는 사용종속관계라고 법과 판례는 선언해 왔다. 그래서 사용자는 노동자를 복종시켜 왔다. 업무배치 등 인사권은 폭넓게 사용자의 권한이다.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은 사용자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노동자가 기분 나쁜 말이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그걸 부정하면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법과 판례는 선언해 왔다. 그리고 우리의 사업장에서 성과는 사용자의 것이다. 노골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노동의 성과물은 사용자 자본의 몫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사용하지 않아서 성과가 나지 않았다면 노동자가 그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사용자가 져야 할 부담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져야 할 부담을 어째서 노동자에게 지워 해고한단 말인가. 지금 이 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반해고, 즉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사용자의 실패를 노동자의 실패로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공공기관의 경영상태가 문제라면 경영불량의 책임을 경영자 공공기관의 장에게 물어야 할 일이다. 그 공공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에 관여해 온 기재부 등 정부에게도 물어야 할 일이다. 오늘 이 나라에서 권력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져 사과하고 사퇴하는 걸 보지 못했다. 분명히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권력은 책임을 모르고, 오늘도 노동자들을 몰아붙이기에 바쁘다. 공공기관의 경영상태는 노동자 탓이라며 오늘도 저성과자 해고를 도입하겠다고 야단이다. 하도 요란하게 야단이니 나는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닐까. 자신의 책임을 면피하겠다고 소동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 저성과자 해고라는 부당한 해고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야단인 뻔뻔한 나라에서 나는 자꾸 의심하고 있다.

5. 권고안에서 기재부는 행정사항을 덧붙였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은 직원 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 관련 제도변경 추진시, 인사규정 등 관련 제도개선 사항을 이사회 개최일 15일 전까지 주무부처의 장 및 기재부 장관에게 송부”토록 했다. 저성과자 해고제도의 추진현황을 보고토록 한 것이다. “모든 공기업·준정부기관에” 권고안을 적용하되, “기타공공기관은 기관 자율하에 권고안을 준용할 수 있”도록 하고, “철저한 시행 준비를 거쳐 ‘2016년 권고안을 시행”토록 했으며, “운영실적을 경영평가지표에 반영, ‘2016년도 실적부터 적용”하겠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저성과자 해고제도의 도입 및 운용 여부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등급이 결정될 수가 있고, 그에 따라 성과급 등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연봉제도, 임금피크제도 이러한 방식, 즉 공공기관 경영평가라는 무기를 통해서 사용자와 권력은 공공기관에 도입해 왔던 것인데 그 방식대로 저성과자 해고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니 연봉제·임금피크제에서는 실패했어도,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노동자가 저성과자로 해고되지 않으려면 기재부의 권고안에 따라 도입을 시도할 저성과자 해고제도를 막는 데는 실패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조합의 일이다. 권고안에서 밝힌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업무능력 결여·근무성적 부진자를 저성과자로 선정해서 직위해제·대기발령·배치전환·교육 훈련·직권면직(해고) 등으로 운용하게 돼 있다. 노동조합이 이러한 제도 도입을 시도하려는 사용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된다. 과거 연봉제·임금피크제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동조합이 무언가 요구해서 그걸 쟁취하겠다고 파업 등 투쟁할 일도 아니다. 사용자가 요구하는 인사규정 등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노동조합이 동의해 주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인사·징계·해고 등에 관한 단체협약을 변경하는 데 노동조합 위원장이 서명 또는 날인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조합원과 노동자의 고용상 권리를 위해서 노동조합으로서 당연한 자신의 소임을 망각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저성과자 해고로부터 신의 직장을 지켜 내는 것,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