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맞아 주요 정당들은 근로시간단축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원내 정당만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정의당이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당은 노동공약이 있지만 근로시간단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쟁점은 분명하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일주일에 52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해 일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원칙은 모든 정당이 같다. 하지만 52시간 상한제를 곧바로 시행할지, 단계적으로 시행할지를 놓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빠르면 2024년부터 전면적용”=새누리당은 지난해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노사정 합의가 도출되자마자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그대로 총선 공약에 담았다. 내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2020년까지 4단계로 나눠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노사합의가 있을 경우 2023년 말까지 휴일에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안이 들어갔다.

예컨대 1천인 이상 대기업은 내년부터 바로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해야 하지만, 2023년까지는 특별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60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게 된다. 반면 100인 미만 기업은 내년부터 2019년까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 현재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대로 주 68시간을 근무시켜도 된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특별연장근로까지 합쳐 주 60시간을 근무하게 된다.

특별연장근로 허용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노동부 장관이 유효기간 종료 전까지 연장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야당 “주 52시간 상한, 곧바로 시행”=지금처럼 주 68시간 노동을 사실상 허용하는 새누리당 공약을 두고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은 정부지침 때문에 장시간 근로 관행이 굳어졌는데, 지침을 없애기는커녕 사실상 용인하는 내용으로 법제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 근기법 개정안은 정부의 잘못된 지침을 그대로 법제화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주 52시간 상한제를 곧바로 시행하자는 공약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휴일 포함 1주 52시간 이내 근로 법정화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및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시간 한도 적용 △포괄임금제 전면 금지 △출퇴근시간 기록보전 의무제도 시행을 공약했다.

정의당 공약은 파격적이다. 주 52시간 상한제를 바로 시행하는 것은 물론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넣는 5시 칼퇴근법 도입 △주 4일 근무(36시간) 도입 △모든 노동자 연간 30일 이상 유급휴가(연차) 보장 △6개월 이상 근무자 유급휴가(연차) 부여 △입사 첫해 여름휴가 1주일 의무제가 담겼다.

◇“새누리당 공약보단 앞당겨야”=노동전문가들 역시 곧바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단계적인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으로 의견이 갈린다.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법정 노동시간 적용은 의지의 문제”라며 “이제 와서 단계적 시행과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자는 것은 장시간 근로 규제를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최대 주 68시간을 근무하게 됐는데 이것을 법으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새누리당 공약 내용보다는 법정노동시간 적용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누리당안은 더딘 감이 있다”며 “단계적 실시 구간을 4년이 아닌 3년 이내로 줄이고, 7년이나 허용한 특별연장근로 역시 대폭 줄이면서 1년 중 절반만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태주 고용노동행정연수원 교수는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이 법·제도 개선의 목표가 아닌 만큼 단계적 실시는 불가피하다”면서도 “특별연장근로까지 허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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