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하느라 사람들이 바쁘다. 노랑 파랑 빨강 온갖 꽃과 어린나무를, 또 잔디를 심는다. 물을 주고 살뜰하게 보살핀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 경고문 세워 안전을 보장한다. 봄볕 아래 초록빛 쑥쑥 잘도 자란다. 투실투실 잔디 더미가 저기 가득. 얼음 지치던 광장에도 어느덧 봄이다. 거기 동료 떠나보내느라 노동자들이 상복 입고 바쁘다. 국화를 꽂고, 향을 심는다. 눈물 몇 방울 거기 보탠다. 먼 길을 오가고, 긴 밤을 새운 탓에 언젠가 밤낮없던 일터에서처럼 깜박 졸았다. 올빼미는 밤에 운다. 늦은 밤 상가에서 이들은 울음 참느라 입을 앙다물었다. 노조를 짓밟지 마시오. 오랜 구호 새긴 선전물은 광장에서 부서지고 밟혔다. 영정만을 품어 겨우 지켰다. 앉아 버티며 향을 또 심었다. 재가 어느덧 수북했다. 언젠가 향내 멈추질 않던 거기 또 향내 짙다.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 화단 지키느라 바빴던 경찰이 오늘, 광장에서 잔디 지키느라 빙 둘러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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