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투자기업의 일방적인 국내공장 폐쇄나 정리해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한국산연지회·하이디스지회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외투기업들에 대한 한·일 정부의 규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외국 투기자본들이 이윤 극대화와 노조 파괴를 위해 의도적으로 경영을 악화시켜 노동자를 해고한 뒤 비정규직으로 채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무분별한 자본철수·정리해고를 추진하는 외투자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특별세무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일본 정부도 자국 자본의 경영행태를 조사·관리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산켄전기 자회사로 발광다이오드(LED) 형광등을 생산하는 한국산연은 지난달 22일 적자 개선을 위해 공장 직접생산 부문을 폐지하고 외주생산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직원 120명 중 생산직 61명을 8월30일자로 정리해고한다고 통보했다. 대부분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이다.

지회는 사측이 사전에 정리해고를 기획하고 외주인력을 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원인불명의 화재가 난 생산공장을 복구하지 않은 사실과 최근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40여명의 직원용 명찰이 발견된 점, 생산물량을 일본 본사로 반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달 16일 사측이 해고기한을 9월30일자로 변경해 재통보한 것도 정리해고 명분을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양성모 지회장은 "일본 본사는 지난해 87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를 기록했고 한국산연 경영진은 지난 40년간 외투기업으로 각종 특혜를 받았다"며 "노동자들에게 수년간 기본급 동결과 반복적 휴업을 요구하더니 이젠 해고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일본 외투기업인 아사히글라스화인테크노코리아도 지난해 7월 노조를 결성한 하청노동자 170여명을 계약해지했다. 대만 이잉크사가 대주주인 하이디스테크놀로지는 같은해 3월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원천기술(FFS) 특허권 사업에 주력하겠다며 생산공장을 폐쇄했다. 직원 370여명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당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반노동자적·반사회적 행태가 기업 영업활동에 관한 모든 규제를 풀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와 결합해 극심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규제완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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