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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말 오즈칸 인더스트리올 부총장] “세계는 지금 임금인상이 필요하다”
   
▲ 정기훈 기자

“최근 국제노총(ITUC) 조사에 따르면 상위 50개 초국적기업에 종사하는 직접고용 노동자는 6%밖에 안 된다. 나머지 94%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전 세계 자본과 정부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표준적인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공세를 펴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는 노동운동에 대한 위협이자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전 세계 제조업 노동자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확언하건대 튼튼한 제조업이 기반이 될 때 국민경제가 발전한다. 세계사적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조업 노동자가 중산층으로서 중간계급 소득을 누리는 안정적인 사회를 건설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도 경제발전도 요원하다. 한마디로 세계는 지금 임금인상이 필요하다.”

케말 오즈칸(47·사진) 인더스트리올 부총장의 말이다.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 초대로 방한한 그는 터키 태생 노동운동가다. 노동운동에 뛰어들기 전에는 타이어 생산노동자로 일했다. 1980년 터키에서 발생한 군사쿠데타 여파로 5년간 구금생활을 한 아버지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인더스트리올은 전 세계 147개국에 회원조합을 둔 국제제조산별노조다. 금속·화학·에너지·광산·섬유산업 종사자 5천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한국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화학섬유연맹과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련·화학노련·전력노조가 회원조합으로 가입해 있다.

오즈칸 부총장은 갈수록 후퇴하는 한국의 노동상황과 민주주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사태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민주적 시민사회에 폭발물을 설치한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가 강행한 2대 지침에 대해서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법의 취지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을 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제조업은 국가경제 기반, 무너지면 사회 혼란 확대"

- 인더스트리올을 대표해 한국을 찾았다. 각국 제조업 노동자들이 직면한 공통의 문제는 무엇인가.


“억압적인 정권과 반노동적 사용자에 의한 노동권 탄압은 전 지구적 문제다. 각국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없애거나 약화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공세를 펴고 있다. 최선두에 한국 정부가 있다. 이런 문제들은 노동자들의 생활조건과 직결된다. 국제노동계가 생활임금 보장을 강조하는 이유다. 저개발 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생활임금은 중요한 문제다.”

- 한국에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 관점에서 임금인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조업은 여전히 국민경제 기반이다. 과거 경험이 증명해 주는 것처럼 제조업 노동자가 중산층으로서 중간계급 소득을 누리는 안정적인 사회를 건설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국민경제 발전도 요원하다.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서 9%로 떨어졌다. 유럽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위기를 초래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조업 부실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리스의 제조업 비중은 GDP 대비 8%도 되지 않는다.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 제조업이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갈수록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는 실업 증가와 사회 혼란 확대다.”

- 개발도상국 상황은 어떤가.

“개도국의 월평균 임금을 보면 방글라데시 65달러, 캄보디아 120달러, 미얀마 85달러, 베트남 130달러다. 이래서는 해당 국가 노동자들의 안정된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개도국의 경우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국민경제 비전이 형성돼 있지 않다. 잠재적인 사회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적정임금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통된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정책에 대한 노동조합의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한마디로 세계는 지금 임금인상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 2대 지침, 노동법 부정한 반민주적 폭거"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오즈칸 부총장은 22일 구속 중인 한 위원장을 면회했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노동법 개정 논의와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 정부가 한상균 위원장을 수감한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다. 국제노동계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후퇴를 대단히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도화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고, 이는 결사의 자유와 직결된다. 누구든 자유롭게 모여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표현·집회·결사의 자유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9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장할 때 경제 역시 성장했다. 동시에 시민사회가 강화됐다. 이렇게 수립된 훌륭한 전통을 권위주의 독재정부가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다.”

-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을 꼽는다면.

“한국 정부가 사법적 절차를 악용해 사민사회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시도 역시 매우 수치스러운 스캔들이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고 들었다. 노동조합을 잠재적인 테러집단으로 보고 선포한 행위다. 민주적 시민사회에 폭발물을 설치한 셈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노동법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추진한 2대 지침은 정부가 사용자를 부추겨 저성과자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를 일터에서 쫓아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또 노동자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어떻게 정부가 이토록 불법적이고 부당한 지침을 만들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일군 노사관계와 노동법제에 대한 국가권력과 자본의 사보타주다. 정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법의 취지를 송두리째 부정한 채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을 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민주적 폭거다.”

"교섭규모 커질수록 소득분배 효과 좋다"

- 한국은 기업별교섭 관행이 강하다. 산별노조의 역사도 짧다. 산별교섭 법제화 미비로 사용자들을 교섭석상에 불러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산별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제언을 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유럽국가의 단체교섭 경향을 보면 공통된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는 정부와 사용자가 산별중앙 또는 전국중앙 차원에서 이뤄지는 단체교섭을 기업 수준으로 하향 분산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단체협약 적용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두 가지 경향은 비정규직 증가추세와 맞물려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실천적으로 봤을 때 교섭규모가 커질수록 소득분배 효과가 좋다는 점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다만 산별교섭 제도와 관련해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은 없다. 스웨덴·독일·미국을 살펴보자. 스웨덴은 강력한 중앙집중적 산별교섭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기업 단위 대각선교섭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 중간에 독일이 있다. 각국은 산업화 전통과 문화 또는 사회적 여건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교섭모델을 만들어 왔다. 한국에 적합한 처방전을 내리기는 어렵다. 각국의 경험과 고민이 한국 산별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토론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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