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정신보건지부

서울시내 27개 광역·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는 정신보건사업 종사자들이 사업운영과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지난달 말 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은 지역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와 지역주민 대상 정신건강증진·자살예방업무 같은 지역정신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한다.

그런데 2012년 서울지역 정신보건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사자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2.75년에 불과하다. 응답자 76.2%가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한 소진(30.2%)과 낮은 보수·불안정한 고용상태(29.8%)로 이직·퇴사를 고민했다. 실제 연평균 167명이 퇴사한다.

김성우(38·사진)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은 "시민들의 스트레스·정신과적 문제가 늘어나는 상황에 지역에서 주민들을 찾아가고 상담하는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며 "종사자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도록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진행됐다.

- 노조를 설립한 계기를 설명해 달라.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서울시와 종사자들이 대화를 해야 한다. 사업 운영·종사자들의 처우 문제가 현장에서 수년간 제기됐는데도 서울시는 현장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일한 만큼 보상받기는커녕 인건비를 줄이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종사자 320여명 중 지금까지 23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 종사자들의 재직기간이 짧은데.

"업무는 과중한데 보상·지원은 없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방문상담하거나 자살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관리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시스템은 없다. 중증환자들은 대부분 외부활동을 못해 열악한 환경에 있다. 쓰레기로 가득찬 방에 혼자 누워 있거나, 환청에 시달려 가구를 때려 부수기도 한다. 그들에게 쌍욕을 듣거나 얻어맞는 조합원들이 많다.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주다 피부병이 옮은 경우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담당자 혼자 방문해야 한다. 서울시는 구별로 상담실적을 매긴다. 실적을 올리려면 따로 다녀야 한다. 인력의 80%가 여성이다.

죽는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노동을 하는데도 심리지원시스템이 없다. 대상자가 자살하면 우리도 심리적 유족이 되지만 평소대로 상담업무를 해야 한다. 험한 욕설도 참고 들어야 한다.

지난해 자살예방인력 대상 심리치유캠프가 처음 열렸다. 그런데 근무시간 중이라고 대부분 참석허가를 못 받았다. 대상포진·원형탈모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은 직업병이다. 못 견디면 그만두는 거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말한다. '자살예방사업 하는 우리가 자살 고위험군'이라고."

- 업무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원인이 뭔가.

"정신건강 관련사업은 늘고 서울시는 사업실적을 요구한다. 주민들의 가장 큰 요구도 '더 많이 찾아와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현재 인력의 두세 배는 있어야 1인당 30~50명을 담당할 수 있다. 센터 인력을 14명 이상 늘리려면 서울시와 협의해야 한다. 출산휴가 대체인력도 마찬가지다다. 간호사들이 눈치 보면서 임신순번제를 한다. 임신하고도 계속 자살상담전화 받고 대상자 방문 나간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는 미안하다며 퇴사한 사람도 있다."

- 서울시 지역정신건강증진사업은 1995년부터 시행됐다. 그럼에도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27개 센터 중 24곳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된다. 우리는 위탁사업자인 센터장과 근로계약을 맺는 계약직이다. 한데 고용승계 의무규정이 없다. 위탁기관이 바뀌면 사표를 쓰고 재입사한다. 2012년 서울시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6.3%가 1년짜리 근로계약을 맺었다. 고용형태에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이 무려 91.6%였다.

보건소가 직영을 해도 문제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려 1년 미만으로 쪼개기 근로계약을 한다.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연차휴가가 없어진 곳도 있다. 보건소측이 10개월 계약 뒤 평가를 거쳐 정식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센터 운영과 예산·인력 지원의 구체적 근거를 담은 법이나 조례가 없다. 사업비가 보건소 예산에 포함돼 내려오는데 보건소가 다른 사업을 한다고 예산을 줄이면 호봉 높은 경력자들이 '암묵적으로 나가는' 분위기에 시달린다. 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