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해 특별퇴직 당시 퇴사를 거부한 직원들을 원격지 혹은 업무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서로 강제 발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1월 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발표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선제적으로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김학선(가명)씨를 비롯한 7명은 "SK텔레콤이 퇴직 대상자들을 미리 정한 뒤 퇴사를 압박했고, 거부자들을 원격지나 특정부서에 강제로 전보발령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냈다.

SK텔레콤 중부네트워크본부에 근무하던 김씨는 지난해 3월 회사의 특별퇴직 권유를 거부한 후 수도권네트워크본부로 원격지 발령을 받았다. 특별퇴직을 거부했다가 원격지로 발령된 인원은 1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원격지 발령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21일 다시 서울에 있는 수도권마케팅본부 다이렉트세일즈팀으로 발령 났다. 다이렉트세일즈팀은 스마트빔(소형 빔프로젝트)이나 기어(스마트워치)·키즈폰(아동용 스마트워치) 같은 IT기기를 판매하는 대면 영업조직이다. 회사는 스마트워치 등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할당했다. 1인당 한 달에 30개씩 판매하라는 것이다. 최소 판매개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유서를 쓰게 했다.

사건을 대리한 박현희 공인노무사(법무법인 여는)는 "SK텔레콤이 작은 인사이동과 생소한 업무 배치를 통해 낮은 평가점수를 받게 하고 경고장을 남발해 징계실적을 쌓았다가 실적부진으로 해고하는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노무사는 "지난해 말에도 해당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 상당수가 퇴사했다"며 "동종업계인 KT가 시행했던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과 양상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을 괴롭혀 사표를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학대 해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SK텔레콤 관계자는 "다이렉트세일즈팀은 제품의 유통업무를 지원하는 부서"라며 "인사개편의 일환이었을 뿐 특별퇴직 거부자들을 인위적으로 다이렉트세일즈팀에 보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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