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했고, 작업시간에는 물도 못 마시게 했다. 관리자가 가방검사를 하거나 여성 탈의실 라커 룸을 뒤지기도 했다. 온갖 반말에 무시를 당하고, 욕설에 폭력을 경험한 일도 셀 수 없이 많다. 저항하면 해고가 뒤따랐다. 경기도 안산 반월시화공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전근대적인 통제를 받는 노동자들은 인권침해에 옥죄이고 있다. 공단 인권침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노조 부재가 ‘인권침해 백화점’ 원인
 

▲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금속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현장은 80년대로 회귀하고 있다. CCTV를 통한 감시, 욕설은 일상이 됐다. 정규직이 되고픈 파견노동자는 너무나 쉽게 성희롱에 노출된다.

반월시화공단이 이처럼 ‘인권침해 백화점’이 된 데에는 대기업 하청계열화와 외주화, 파견노동의 확산, 한국사회 민주주의 후퇴, 노조의 부재라는 요인들이 버무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 가는 열쇠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다. 노조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유 두 가지는 ‘임금’과 ‘인격’이다. 그리고 민주노총 등 조직된 노동자들이 노조가 없는 공단노동자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불법파견 근절, 노동법 준수 같은 활동을 벌이고 공단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30인 이상 사업장은 ‘노사협의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노사협의회 노동자측 위원은 근로자의 직접 무기명투표로 선출해야 한다. 이러한 직접 선출과정을 통해 현장 노동자들은 민주주의 과정을 경험하고, 노사협의회의 민주적 운영을 강제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있는 제도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노조 조직화가 답, 당장 필요한 건 정부 행정규제
 

▲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

산업단지 대부분에서 반월시화공단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하청업체들인 중소사업장이 밀집된 지역이어서 구조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원청 부담을 중소사업장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근대적인 노무관리방식이 잔존하는 것 같다.

어떻게 개선할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노조 활성화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운동을 통한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노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 행정규제력을 동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에 안산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근로감독관이 참석해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는 모습을 봤다. 근로감독관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진짜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다. 한편에서는 파견법 규제를 완화하자고 하면서 한쪽에서는 불법파견을 때려잡겠다고 할 리가 없는 것 아닌가.

대공장이 산업적 측면서 연대를 구현하는 방안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절돼 안타깝다. 금속노조가 연맹 시절 산업발전기금 및 사회공헌기금을 2004년 임단협 요구안으로 낸 적 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시도였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선의에 기댄 것이어서 노조가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혜택이 중소사업장으로 오기도 어렵다고 본다.



쥐어짜기 노동관행 유도하는 하도급구조 개선부터
 

▲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아주 기본적인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들이 태반이다. 특히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월차 사용이 어려운 건 부차적인 문제로 다뤄질 정도지만 임금체불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그 사업장의 노동관행이 얼마나 통제적인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얼마나 침해당하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

반월시화공단같이 중소 영세사업장이 많을수록, 노동자들이 대항력이 없는 불안정고용 형태일수록 사용자들이 감시장치까지 동원한 폭력적이고 직접적인 통제방식을 행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영세업체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산업이 하도급 구조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도급 구조가 쥐어짜기 방식의 노동관행이 계속될 수 있는 유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폭력적 통제방식이 생겨나지 않을 수 있는 조건, 즉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영세업체에서의 인신적·폭력적 통제방식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행정조치를 다해야 한다. 정기적인 근로감독이나 특별근로감독 같은 행정적·제도적 수단들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은 행정당국의 의지부족이다. 행정당국이 나서 갖춰져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동기본권 존중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식이라는 점을 광범위하게 알리는 캠페인도 필요하다.



4대악 근절처럼 불법파견 근절해야
 

▲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 투쟁을 하면서 안산 지역을 자주 다녔다. 안산은 건물 한 층에 불법파견 인력업체가 스무 곳이 있을 정도로 파견천국이었다.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파견업체들이 밀집해있었다. 파견업체가 반월시화공단에 막 자리 잡을 때 뿌리를 뽑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제조업종의 파견은 금지돼 있지만 고용노동부의 묵인 아래 파견천국이 됐다. 공단의 파견노동자들은 영세업체에서 저임금을 받으면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물론 인권침해를 당해도 하소연할 방법도 없다.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가 공단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뿌리 산업까지 파견을 허용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파견업 확대가 필요하다면 반월시화공단을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파견이 금지된 업종에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막아야 한다. 정부의 묵인 아래 공단에서 버젓이 불법파견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단속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파견업종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 4대악을 근절하겠다고 한 것처럼 불법파견 근절에 나서길 바란다.



불법파견 양산하는 정부는 반성부터 하라
 

▲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이번에 안산 반월시화공단에서 확인된 제조업 파견노동자 인권침해 문제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동안 사회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파견으로 팔려 나가 본 20대 청년들에게 들어 보면 다 무시당하고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반월시화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 불법파견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는 파견노동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정부·여당은 단순히 뿌리산업 파견노동을 합법화하자고 한다. 산업구조와 대기업 위주로만 파견노동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파견노동자의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사건을 보라. 20대 청년인 이들은 불법파견에다 4대 보험도 가입 안 된 유령노동자였다. 이런 사건이 났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보호도 않고 사업주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불법파견을 양산한 자는 바로 정부다. 정부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한 실명자의 가족이 그러더라. 4명이나 눈이 멀었다면 노동부 장관이 찾아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설명해야 하는 게 기본이 아니냐고. 정말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정부·여당의 파견허용 업무 확대는 미친 짓이다. 즉각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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