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검찰에서 처분(무혐의 포함)이 이뤄진 사람은 5천738명이다. 이 중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546명(9.5%)에 불과하다. 그런데 단 1명도 구속 기소되지 않았다. 일반 형사사건의 구속기소율이 1.3%, 기소율이 45.7%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법원은 어떤가. 마찬가지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사람 278명 중 단 1명만이 실형, 22명은 집행유예, 163명은 벌금, 20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반 사건의 경우 실형이 16.4%인 점을 고려하면 법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태도는 솜방망이에 가깝다.

2010년 이후 노동현장에서 창조컨설팅 등이 개입한 노조파괴 전략과 용역깡패 폭력을 이용한 부당노동행위가 풍토병처럼 횡행했다. 최근에는 경찰관·특전사 출신 전과자 같은 노조파괴용병을 위장 취업시키는 형태로 그 방식이 진화했다. 자본의 부당노동행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자본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구속수사가 이뤄진 예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조사 사건 중 90% 이상은 무혐의 등 불기소 처분됐고, 9.5%만 불구속 기소되는 데 그쳤다. 법원도 기소된 사건 중 실형을 선고한 예는 2013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하고, 대부분 100만~200만원의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반면 노동자들은 어떠한가. 이달 1일 기준으로 검찰과 법원에 의해 구속된 노동자들은 무려 74명이나 된다. 해마다 무수히 많은 노동자가 구속 기소되고 법정구속을 당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최근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 7명에게 무더기 실형 선고를 했다. 동양시멘트의 일방적인 도급계약 해지와 해고에 항의한 행위들이 그 이유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미 하청노동자들이 동양시멘트와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는 노동자고, 동양시멘트의 도급계약 해지와 하청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동양시멘트는 중앙노동위 결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최근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김성훈 지회장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회사가 2012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리해고에 항의한 행위가 그 이유였다. 중노위는 당시 회사의 정리해고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한 바 있다.

혁명시인 김남주는 오래전 이렇게 노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답니다

암, 그래야지요 그래야 쓰고 말고요

헌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는걸요

물 쓰듯 돈을 쓰고도 남아도는 재산 때문에

고민이 태산 같은 자본가 장아무개나

무노동에 무임금이라

다음날 아침이면 다섯 식구 끼니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은 노동자 김아무개나

언제라도 아무 데라도 나라 안팎을

여행할 자유가 있으니까요


그뿐이 아니랍니다 자유대한에서는

예 예 연발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에게는

다문 입에 쌀밥이 보장되고

아니오 아니오 목을 세워 고개를 쳐든 사람에게는

벌린 입에 콩밥이 보장된답니다


참 좋은 나라지요 우리나라

자유 대한 길이길이 영원히 빛나라지요

(김남주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답니다' 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고공농성자 유인종·연제복 동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들려온다. 이 나라. 혁명 시인 김남주가 혁명을 꿈꾸며 통탄했던 오래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참 좋은 나라다. 아직도 어둠을 헤쳐야만 하는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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