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이 화장실 통제와 소지품 검사부터 CCTV를 이용한 감시·폭행에 이르기까지 사업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를 쥐어짜 수익을 얻는 대기업 중심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구조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과 인권운동사랑방은 15일 오전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인권침해 실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월담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해 10~11월 반월시화공단 제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인권침해 심층면접을 실시해 작성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권침해 유형은 감시통제·폭력·연차 등 근로기준법 권리 제한, 따돌림과 괴롭힘·성추행까지 다양했다.

비정규직이 연차를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불이익을 받는다고 압박하거나,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도 빈번했다. 토론회 발표에 나선 명숙 월담 운영위원은 "대기업이 성장의 과실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에서 하청업체가 살 길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노동자를 쥐어짜는 일"이라며 "노동자들을 작업량에 맞춘 기계로 만들려는 사업장 분위기 속에서 인권침해가 만연하게 조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월시화공단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명숙 운영위원은 "고용노동부는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장에 배포하고 정기적인 근로감독·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며 "인권침해 예방과 관리·감독을 위한 특별기구를 정부 차원에서 설치하고, 지자체는 사업체별로 노동인권교육을 정기화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입주업체에게 노동자인권 보호의무를 명시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사업장 인권침해가 반월시화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여한 최은실 공인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는 "법률상담 내용을 정리했더니 누구라도·언제든지·아무 이유 없이 인권침해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며 "참을 수 없는 정도로 괴롭힘의 정도와 방법이 사회 전반에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