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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노력

소름 끼치도록 기분 나쁜 굉음이 마치 기름 떨어진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듯, 방 끝에 있는 커다란 텔레스크린에서 터져 나왔다. ‘증오’가 시작된 것이다. 여느 때처럼 인민의 적인 골드스타인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쳤다. 여기저기서 관중의 노성이 터져 나왔다. 갈색 머리칼의 여자는 공포와 혐오감이 뒤섞인 비명을 꽥꽥 질렀다. 골드스타인은 변절자요, 반동이었다. 2분간 증오 프로그램은 날마다 다르지만 언제나 골드스타인이 주인공이었다. 그는 최초의 반역자요, 당의 순수성을 처음으로 모독한 사람이었다. 그 후에 일어난 모든 반당죄, 즉 모든 반역과 파업행위, 이단, 탈선은 그의 교사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는 지금도 어디엔가 생존해 있어 음모를 꾸미고 있다. 2분째로 들어서자 ‘증오’는 광적으로 됐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있는 소리를 다 질러 스크린에서 나오는 그 염소를 잡아먹을 듯 대들었다. 까만 머리 여자는 “돼지! 돼지! 돼지새끼!”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대형의 얼굴과 함께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커다란 문자로 나타났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일부를 옮겨 적었다. 필사의 노력을 보탰을 뿐이다. 텔레스크린은 거리에도, 방에도, 화장실에도 달려 있어 사사로운 행위는 물론 얼굴의 표정까지 포착한다. 거리와 집안 곳곳 대형(Big brother)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공중에는 헬리콥터가 정찰하고, 시내에는 사상경찰과 텔레스크린이, 야외에는 마이크로폰이 감시한다. 어린이들로 조직된 스파이단이 부모의 이단적 언행을 고발한다. 2분간 증오와 증오주간을 통해 적개심을 기른다. 일단 사상죄로 적발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돼 모든 기록에서 소멸한다. 역사는 끊임없이 새로 쓰인다. 이것은 1948년에 쓰인 묵시록적 소설이었으나, 오늘의 생생한 일기로도 손색이 없다. 경제 위기와 전쟁 위기라니 난중일기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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