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87%가 면접 때 외모 품평을 당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노동자들은 특정한 스타킹이나 립스틱 사용을 요구당하고, 상당수가 "외모도 서비스"라는 식의 성차별 발언을 들었다.

아르바이트노조(위원장 박정훈)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CGV 명동점 앞에서 영화관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CGV·롯데시네마 같은 영화관 아르바이트 경험자 303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들 중 94%가 여성이었다. 응답자의 87%가 면접 과정에서 외모 품평을 당하거나 회사가 원하는 외모유형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머리 길이 등 헤어스타일(66.8%) 지적이 가장 많았고, 화장이 이상하다(45%)거나, 안경 대신 렌즈를 착용하라(28%)는 지적을 들었다.

회사 요구에 따라 구두·머리망·립스틱 같은 물품을 사용해야 했다는 응답은 97%나 됐다. 영화관측은 검정 기본구두에 커피색 스타킹을 착용하라거나 특정 브랜드의 립스틱 색깔까지 지목했다. 응답자의 96.6%가 "물품을 사비로 충당했다"고 답했다. 업무 준비시간은 무급이었다. 응답자들의 업무 준비시간은 하루 평균 25분이었는데, 응답자의 98%가 이 시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영화관의 용모규정에 부합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뒤따랐다. 벌점을 받는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다(33.8%)거나, 인신공격·모욕(13.9%)을 받았다. "그런 얼굴 꼬라지로 일할 거면 나가라" "외모도 서비스다" 같은 성차별적 발언도 들었다.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은 19.6%에 그쳤다.

롯데시네마 아르바이트 노동자 A씨는 "알바를 시작하며 구두나 립스틱을 사는 데만 6만원이 들었다"며 "어느 날은 결막염 때문에 눈이 너무 아파 안경을 썼는데 매니저가 '미쳤냐'고 하며 안경을 벗고 다니게 했다"고 토로했다. 박정훈 위원장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영화관측과 노조가 교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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