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는 3차 하청업체에서 연이어 메탄올 중독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20대 파견직 5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실명 위기에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고농도 메탄올 흡입으로 인한 실명사고는 보건관리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매우 드문 사건"이라고 하면서 이런 사고가 2016년 한국 사업장에서 집단으로 발생한 데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초 사고 발생업체의 경우 사업주가 메탄올의 위험성을 모르고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보호장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채 작업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후 휴대전화 부품업체 긴급일제점검이 이뤄지는 중에 추가 사고가 발생했는데, 해당 업체는 점검을 나온 근로감독관에게 절삭용제를 에틸알코올로 교체했다는 허위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에 대한 무지와 경시,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로 인해 20대 젊은 노동자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당했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

관리·감독을 다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영세한 하청 사업장이 산재에 취약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2015년 1월 발표한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에서 “대기업(원청)이 하도급 생산방식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하청)으로 안전보건책임이 전가되는 과정에서 안전보건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원청 책임강화 및 영세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기술지도 물량 대폭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남영전구 집단 수은중독 사고에 이어 이번 메탄올 중독사고 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계속되는 현실이다. 특히 노동계는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이번 사고의 근본원인으로 지적하면서 노동부에 유사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조치 및 불법파견 노동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제조업 파견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런데 대기업 제조업체의 생산전략이 무재고·직서열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하청업체들이 부품 생산 물량변화 부담과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그로 인해 불법파견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해당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물질이 무엇인지, 취급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생산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그만큼 위험한 작업조건에 노출돼 있다. 이번 사고 피해자가 취업한 지 1주일 내지 4개월 된 파견노동자였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아가 원청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법적인 규제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윤리적 책임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사고발생 직후 삼성전자가 1차 하청업체에 메탄올 사용 금지를 지시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어쩌면 정부의 조사나 처벌보다 원청 대기업을 통한 통제가 하청업체들에게 보다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3세계 하청공장의 아동노동 착취 실태가 알려지면서 대규모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나이키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동안 내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볼 때마다 불법파견에 몰려 취업한 지 1주일 만에 실명위기에 처한 젊은 노동자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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