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최규엽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4전5기. 서울 금천에서 4·13 총선에 출마한 최규엽(63·사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유권자들에게 건네는 명함에 큼지막하게 박은 글씨다. 네 번 넘어지고, 다섯 번 일어난다는 뜻이다. 최규엽 예비후보는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에서 초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해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금천에 도전장을 내민 이후 같은 지역에서만 네 번 출마해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의 다섯 번째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금천지역 신문인 <금천저널>이 최근 실시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그는 금천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이목희 의원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 예비후보는 몇 번의 실패에도 의회 입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민과 지역주민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한 실망과 경멸을 희망으로 되돌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을 위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금천을 떠나가는 곳이 아니라 이사 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입법 활동과 관련해선 “비정규직 하루 8시간 초과사용 금지법을 만들고, 중소기업 단체교섭을 법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독산동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 서울노동운동연구소장을 지냈다. 노동 관련 경력이 눈에 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며 대학을 18년 동안 다녔다. 학생운동을 하며 여러 차례 감옥을 들락거렸다. 80년대에는 노동운동에 힘을 쏟았다. 잉꼬법랑이라는 회사와 동일제강에서 노조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87년 6월 항쟁 당시에는 '노동자의 벗'이라는 문예지를 창간했다. 서울남부노동자연맹 의장으로 일하며 구로동맹파업을 조직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정책위원장으로 5년간 활동했고, 권영길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이 국민승리21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자 선거대책본부 정책위원장으로 일했다. 노동자 독자정당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민주노총과 1년간 토론하면서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했다.”

"떠나가는 금천에서 이사 오는 금천으로"

- 총선 출마지로 금천을 선택한 이유는.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지만 학업을 위해 상경한 후 금천에서만 34년째 살고 있다. 금천 주민들이 현역의원을 존경하고 지지한다면 굳이 출마할 이유가 없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천은 한마디로 정체 상태다. 유입되는 인구가 서울에서 가장 적다. 집값이 싸 신혼 때 이사를 왔다가 교육환경이 좋지 않으니 아이들이 자라면 떠난다. 자살률이 가장 높다. 장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 먹고살 길이 없으니 그런 것이다. 변화가 시급하다.”

- 당선된다면 지역주민을 위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자영업이 망하는 이유는 대형마트 때문이다. 인구가 더 많은 동작구에는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는 반면 인구가 적은 금천에는 무려 3곳이나 들어섰다. 대형마트가 없으면 자영업과 전통시장이 활성화된다.

그렇다고 있는 대형마트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선된다면 대형마트와 교섭에 나서 상생협력 품목과 판매 규모를 조절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자영업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여건 조성도 시급한 과제다. 서울 지역에 40여개의 종합대학이 있는데 금천에는 하나도 없다. 서울시립대가 자유융합대를 지으려 하는데 땅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1년6개월간 금천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운동을 보다 확장해 실제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노동환경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행정적인 책임은 원칙적으로 구청장에게 있겠지만 서울시처럼 독자적인 노동행정 주무부서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관내 옛 구로공단 G밸리에 전자·패션·IT 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그곳은 근로기준법 무법지대다. 철저한 근로감독을 유도해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동시에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도 청취하겠다. 이번이 다섯 번째 도전이다. 반드시 당선돼 금천을 변화시킬 것이다.”

-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이기도 하지만 국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을 회복하는 것이 1순위다. 정치인들부터 도덕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세비가 너무 많다. 당선되면 연봉의 절반을 삭감해 기부하겠다. 동료 의원들과 함께 특권 줄이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의원 출판기념회나 경조사비 명목으로 큰돈이 오간다. 불법적인 일은 아니지만 국민이 지저분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하겠다.”

"주 40시간 이상 일자리 비정규직 사용금지법 추진"

- 노동과 관련해선 어떤 제도를 마련하고 싶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입법활동을 할 것이다. 주 40시간 이상 노동을 요구하는 일에는 업종을 불문하고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파트타임을 아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상시·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 관행을 정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비정규직이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에게 성장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연관된 사안이다. 대기업의 압박과 수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너무 많다. 정규직을 채용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돈이 없다. 노조가 사용자에게 그러하듯 대기업 하청인 중소기업들이 업종별 집단을 구성해 원청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하청업체들의 파업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독일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 진보정당이 아닌 제1 야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고 탈당한 뒤 우울증에 걸렸다. 진보진영의 도덕적 타락과 패권주의에 대해 자기성찰이 필요했다. 재야 정치단체를 규합해 진보진영 통합과 단결을 위해 대중적인 정치단체인 새로하나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전망이 보이지 않았다. 진보진영이 거듭나고 진정한 정당으로 단결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보정당이 없다고 정치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불어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고 있지 않나.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이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인 6·15 남북공동선언이 남북관계의 올바른 해법이라고 믿는다. 원내 다른 야당과는 남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다.”

- 어떤 각오로 선거운동에 임할 생각인가.

“지역 정치인들에게 주민은 하늘이다. 떠나는 금천에서, 이사 오는 금천으로 만들겠다. 금천을 강남이나 서초처럼 한순간에 잘사는 동네로 만들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금천은 주민들이 지역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음식을 나누는 따뜻한 정이 흐르는 곳이다. 이분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금천을 만들겠다.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이후 하루에 한 번, 설이 지나고 나서는 아침·저녁으로 1시간30분씩 주민들에게 큰절을 한다. 당선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인사를 드리겠다.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되겠다.”
 

최규엽 후보는

- 1953년 전북 부안 출생
-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5·18 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
- 전 서울남부노동자연맹 의장
- 전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위원장
- 현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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