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츠 개혁을 통해 파견기간 규제를 없앴던 독일이 규제강화로 입장을 선회해 주목된다. 파견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기업들의 파견직 선호현상이 심화하면서 독일 정부가 대책 수립에 나선 것이다. 파견규제를 완화하려는 한국 정부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노동사회>에 '독일 파견노동의 현실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독일 연방노동청이 올해 1월 발표한 독일 노동시장 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파견노동 상황과 사회민주당이 추진 중인 파견법 개정안 내용을 분석했다.

6일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사민당 슈뢰더 정부 기간인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하르츠 개혁으로 파견 사용기간 규제를 없앴다. 2003년 28만2천명이던 파견노동자는 지난해 6월 96만1천명으로 급증했다. 독일 전체 노동자(3천596만명)의 3% 수준이다.

파견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대부분 질이 낮았다. 전체 노동자 중 20%가 보조업무를 하는 것에 비해 파견노동자는 2명 중 1명(54%)이 보조업무를 맡고 있었다.

35세 미만 젊은 노동자들은 파견직으로 흡수됐다. 파견노동자 48%가 35세 미만이고, 35~55세는 40%를 차지했다. 55세 이상은 12%에 그쳤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35세 미만 노동자가 33%, 35~55세가 47%, 55세 이상이 20%인 것과 대비된다.

전일제 파견노동자가 실업자가 될 확률은 전체 노동자들과 비교해 5배 이상 높았다. 파견노동자 실업위험은 2014년 12월에서 지난해 11월까지 평균 3.75%였다. 같은 기간 전체 노동자의 실업위험은 0.70%에 불과했다.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그만큼의 노동자들이 파견노동을 시작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파견노동자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57%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독일 정부는 파견기한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임금격차를 비롯한 파견직 차별 현상이 심화한 탓이다.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던 사민당이 앞장서고 있다. 사민당 소속 안드레아 날레스(Andrea Nahles) 독일 연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파견근로 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는 정부 법안을 제출했다.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연합이 반발하면서 지난달 제한기간을 24개월로 조정했다.

황수옥 연구위원은 "연합정부 내부에서 의견이 조율된 것으로 알려져 이변이 없는 한 파견기간 제한 법안은 올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르츠 개혁을 내세우며 파견규제 대폭 완화를 추진하려는 국내에 독일 상황이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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