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여성 2명 중 1명은 일을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여성고용률은 48.4%에 그친다. 남성은 69.7%다.

여성이 하는 일의 수준은 어떨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 11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4~2014년 10년간 비정규직이 36만명 증가했다. 이 중 34만명(89%)이 여성이었다.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2014년 현재 남성 정규직을 100으로 했을 때 35.9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227만명 중 여성이 148만명(65%)이나 된다.

여성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저임금에 불안정하고 법·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것뿐이다. 그래서 여성의 노동은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을 누가 가치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기록되지 않은 노동-숨겨진 여성의 일 이야기>(사진·삶창·값 1만3천원)를 읽고 차별 속에서도 연대를 통해 노동의 가치 회복을 말하는 오늘의 여성노동자를 만나 보자.

여성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접

<기록되지 않은 노동>은 여성에 의해 여성의 일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2003년부터 각 분야 여성들이 함께해 온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소속 13명이 31명의 여성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노동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10년 전과 페이(임금)가 똑같아요. 경력이나 외모도 중시하고요.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불안하죠. 도우미 인권은 없는 것 같아요. 성희롱도 있고. 저희들끼리는 프리랜서라고 해요. 도우미라고 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보니까요.”(행사도우미 최미연씨)

“하루 24시간 일하면 한 시간에 3천원도 안 되는 돈을 받죠. 근골격계질환 등 건강도 위협받아요. 남성 환자를 목욕시킬 때는 수치심을 느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동갑인 환자가 돌아가실 때 주변에 아무도 없어 제가 안고 보내 드렸어요.”(간병인 안상숙씨)

“미혼모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시선이 달라지더군요. 새벽에 술 한잔 하자고 사장이 전화를 해대는 거예요. 아이가 아파서 하루 쉬겠다고 하니 그만두라고 하더군요.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니 어린이집 시간에 맞춰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게 됩니다.”(미혼모 혜진씨)

여성노동자 권리찾기 이어진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이 담은 여성노동자의 일은 다양하다. 야쿠르트 아줌마·대리운전기사·톨게이트 노동자·초등학교 돌봄교실 교사·장애인 활동보조인·영세 하청공장 노동자·희곡작가·중증여성장애인·고려인 여성노동자·학원강사·호텔 룸메이드·급식조리원….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비정규직·장애인이라는 소수자 노동으로 요약된다. 여성이면서 비정규직인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돌보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한다.

정작 그들의 일자리는 철저한 성별 분업과 성차별, 편견에 노출돼 있다. 사회 필수서비스를 민간시장에 맡겨 놓고 여성노동자를 저임금 장시간 일자리로 밀어 넣는 형국이다.

13명의 작가들은 “바로 곁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있는데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 그 일을 한번 기록해 보자고 시작했다”며 “마주한 얼굴이 어떻게 웃음 짓고 눈물짓고 한숨짓는지,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기 위해, 일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작가들은 “무엇이 노동이고 어떻게 노동권을 보장받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싸움과 연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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