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지원(24)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경찰이 "SNS에서 학과 구조조정 반대시위 사진을 봤다"며 "학과 구조조정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이씨는 대학 문과대 학과 통합에 반대하는 학내실천단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씨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취조받는 것 같고 내 개인정보도 다 파악한 건 아닐까 두려웠다"며 "지금도 SNS를 뒤져 개인정보를 찾아내 압력을 넣는데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민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당은 지난 26일 정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사찰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씨를 비롯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현재도 수사기관이 개인 통화내역과 SNS, 주변인 연락처를 모두 훔쳐보고 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같은 국가의 불법감시를 막을 사찰방지법이지 테러방지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생 A(26)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여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조사에 출석하라며 A씨뿐 아니라 A씨의 부모님과 애인에게까지 전화를 걸었다. A씨의 통화 발신내역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까지 갖고 있었다. 또 다른 대학생 B(22)씨는 집회 참여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형사사법포털'을 몇 번 검색해 봤다가 경찰 전화를 받았다. "형사사법포털을 여러 번 조회한 기록이 있으니 질문에 응하라"는 전화였다.

노동당은 "테러방지법은 이 같은 문제점을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확대·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은 수정이 아니라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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