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D-3 비자)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와 장시간·저임금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는데, 이런 비인간적인 환경에는 역시 정부당국의 부실한 감독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본지 2월24일 2면 '산재 입고 쫓겨날 처지 놓인 해외현지법인 산업연수생' 참조> '1년에 1회 이상' 노동조건을 감시해야 할 출입국관리소는 업체를 방문하지 않고 형식적인 전화 조사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투기업 산업연수생제는 해외합작투자법인이나 국내 기업 해외현지법인 소속 생산직 직원에게 최대 1년 동안 한국에서 기술연수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25일 정부와 김해이주민인권센터에 따르면 가전·자동차 부품업체인 동아화성에서 근무했던 인도 출신 스리칸트(26)씨는 지난해 산업재해로 왼쪽 손을 못쓰게 됐지만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는 산재를 불승인했다. D-3 비자로 입국한 이들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더군다나 이들이 월평균 300시간 넘게 일하면서 80여만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금체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회사측은 스리칸트씨에게 지난해 3월 기준으로 5만5천525루피(약 99만9천450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월 소정근로시간이 209시간(주 40시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300시간 넘게 일한 스리칸트씨가 추가근무로 받은 돈은 20만7천원에 불과하다. 동아화성 관계자는 "(스리칸트씨가) 4만4천루피를 받는데 지난해 3월에는 추가근무수당까지 5만5천525루피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해이주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스리칸트씨의 통장 입금 내역을 보면 매달 3만6천루피(64만8천원가량)밖에 입금이 안 됐다”며 “회사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센터 관계자의 주장을 무시하고 회사측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스리칸트씨의 급여는 지나치게 적다.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현지법인에서 임금을 받는다. 한국에서 일하지만 인도 노동관계법을 적용받는다는 것. 회사는 연수생 신분을 악용해 장시간 근로를 시키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산재는 얼토당토 않은 얘기다.

관리감독도 허술하다. 법무부의 해외투자기업 기술연수생 등에 대한 사증발급인정서 발급 및 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하루 8시간을 초과한 근무시간의 추가근무수당(기본급의 150%)을 지급하지 않거나 임금을 강제로 저축한 업체를 연 1회 이상 감독해야 한다. 업체가 연수목적이 아닌 인력으로 사용하는지 감독하는 것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역할이다.

그런데 동아화성을 감독해야 할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유선상으로 연수업체의 이행사항을 점검해 왔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는 “부산사무소에 산업연수생을 관리할 담당자조차 없고 관리감독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화성은 이를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선상으로 조사한 적은 있지만 사업장을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를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연수생을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노동부 양산지청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접한 뒤) 동아화성 사건을 조사 중이다”고 설명했다. 김형진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대표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역할에 치중돼 있어 산업연수생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노동부가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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