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올해 성과금 차등지급 대상자와 차등 폭을 늘리면서도 평가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KPX케미칼노조가 회사의 성과연봉제 도입 요구에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이는 가운데 울산의 또 다른 대규모 석유화학업체가 성과평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울산지역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성과평가에 초점을 둔 임금체계 도입과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 시행을 밀어붙이면서 울산 석유화학업계 노사관계에 균열이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25일 울산 노동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으로 올해 초 전 직원에게 기본급 850% 가량의 금액을 지급했다. 회사측은 이 과정에서 100여명의 직원을 저성과자로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지급액을 차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직원 김종철씨는 “성과금 지급을 앞두고 팀장과 면담을 했는데, 저에게 저성과자라며 50%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저성과자로 찍혀 성과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10여명 정도가 성과금을 차등해 지급받긴 했지만 올해는 대상자가 100여명에 달하고 차등 폭도 크게 확대됐다”며 “정부의 성과평가 확대 기조에 맞춰 회사가 저성과 대상자를 늘려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장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노조는 회사측에 성과금 차등지급 기준과 지급률, 명단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평가는 공정하고 엄정하면서도 개인별 면담 등을 거쳐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성과금 관련 사항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경영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상철 노조위원장은 “성과금 차등지급 기준이 무엇인지, 대상자가 몇 명인지조차 회사가 공개하지 않아 실태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장의 불만은 커져 가는데 회사측과 협의가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배 위원장은 “평가기준조차 공개하지 않으니 노조와 협의해 기준을 만들자는 제안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에서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가 틀과 기준 마련 과정에서 근로자나 노조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런 권고는 현실에서 무력하기만 했다. 노동부 발표 당시 전문가들도 “성과평가나 해고에 있어 평가 기준이나 틀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며 “노조와의 협의 혹은 합의를 강제하는 방안이 없다면 이 또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성과평가 기준은 인사·경영권 해당 사안이라서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회사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정보 누출 우려도 있어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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