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용진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충남사무소)

최근 ‘근거 없는 진정제기’를 주된 징계사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하고 그동안 해 오던 주된 업무에서 배제해 단순업무(청소·보조 업무)로 전환시켜 전직발령한 사건에 대한 구제신청을 대리하게 됐다.

해당 노동자(의뢰인)는 치과에서 10여년 동안 접수와 진료비 수납, 환자 전화상담 업무 등을 수행해 왔고 초창기부터 원장과 함께 근무해 환자가 매우 많은 치과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탠 분이었다. 그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했다는 이유로 원장이 악감정을 품고 중징계를 한 사건이다.

진정 내용을 보면 ① 지난 10여년간 유급휴일로 인정받아 쉴 수 있었던 공휴일(국경일·명절 등)을 약정휴일로 명시한 조항이 없는 점(근로조건 미명시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 ② 다른 직원들에게는 특별수당을 지급하면서 의뢰인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점 ③ 한 달에 2번씩 추가로 유급휴무일을 보장하면서 의뢰인에게만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이다.

물론 ② ③의 사유는 사용자인 원장이 직원들에게 법상 의무가 없는데도 호의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므로 의뢰인에게만 지급하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힘든 점은 있다.

그러나 판례(대법원 94누11767판결)는 “뚜렷한 자료도 없이 사용자를 고소·고발하거나 인격을 비난하는 내용까지 담긴 진정서 등을 타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징계사유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을 뿐, 노동자에게 보장된 법적 권리인 노동부 진정제기가 무혐의로 종결된다고 하더라도 징계사유가 된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법률 비전문가일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가 자신의 상식과 법적 판단에 입각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경우 설령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판정(충남2015부해446)을 통해 “뚜렷한 자료나 근거 없는 내용을 담은 진정이 포함된 것이라면 징계사유로 삼을 수도 있으나 이 사건의 진정내용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것이므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충남지노위 판정은 의뢰인이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원장이 "근무태만" 혹은 "고객에 대한 불친절" 등 갖가지 징계사유를 만들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한 것에 대해 "모두 징계사유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징계양정, 절차 정당성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부당한 징계"라고 판정했다.

그런데 충남지노위는 원장이 의뢰인을 3층 데스크에서 2층 데스크로 내려보내며 주된 업무에서 배제해 단순업무(청소·보조 업무)를 하게 한 전직에 대해서는 정당한 인사발령이라고 판단했다. ‘환자에 대한 불친절’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단순업무로 전환시킨 것은 업무상 필요성이 크고 업무부담이 경감됐으므로 수당을 몇 개 받지 못해도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업무상 필요성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범위를 넓게 보는 판례에 입각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사용자가 업무상 필요성으로 내세운 ‘고객에 대한 불친절’도 사실이 아니었고, 지난 10여년간 환자 상담·접수 등 고객 대면업무로 업무가 특정된 당해 노동자의 동의 없이 업무 자체를 변경한 것이므로 명확한 부당전직에 해당한다.

노동위원회가 해고나 징계가 아닌 전직·전적 같은 인사발령 문제를 다룰 때 사용자의 재량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부당한 판정이다. 이런 식으로 인사권 범위를 넓게만 본다면 이번 사건처럼 사용자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정당한 권리를 계속적으로 주장하는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필요성을 가장해 교묘하게 생활상 불이익이 그리 크지 않게 불이익한 전보발령을 하는 등 인사발령을 남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동안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너무 완화해서 판단해 온 업무상 필요성, 당해 노동자의 협의 절차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 정당한 이유 없는 인사발령을 금지한 근기법 제23조1항의 법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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