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올 프로젝트 활동을 위해 미얀마 양곤을 방문 중이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는 1962년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후 소수민족과의 내전과 독재에 시달렸다. 2010년부터 단행된 자유화 조치로 2011년 3월 신헌법이 제정되고 의회 선거를 비롯한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얀마는 면적이 67만 제곱킬로미터를 넘어 남한의 7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5천200만명으로 남한과 비슷하다. 1인당 GDP는 1천400달러다.

공식 국호는 미얀마연방공화국으로 인구의 68%가 버마민족이다. 나머지 32%는 샨족(9%)·카렌족(7%)·중국계(3%)·인도계(2%) 등 소수민족이 차지한다. 연방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져 있으며, 2015년 11월8일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국민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새 의회는 이달 1일 개원했다.

미얀마의 노동력은 대단히 젊다. 2010년 평균 연령이 27.8세였다. 경제활동참가율은 80%에 달하고, 실업률은 4.1% 정도로 동남아시아 평균보다 조금 낮다. 2011년 하반기 이후 5개의 노동법이 새로 만들어지고 11개가 개정돼 노동기준·노동조합·분쟁조정·사회보장·실업보험·최저임금·직업훈련·안전보건 등의 체제가 정비됐다.

노동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등록된 노동조합은 단위노조(basic union)가 1천704개이고, 시군노조(township union)는 80개에 달한다. 그중 단위노조 639개와 시군노조 37개가 미얀마노동조합총연맹(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of Myanmar, CTUM)에 가입해 있다. 산업별 수준의 노동조합 조직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초기 상태다. CTUM의 경우 조합원 1만1천232명의 미얀마산업노동자연맹(IWFM)과 3천785명의 미얀마광산노동자연맹(MWFM), 그리고 2만7천33명의 미얀마농업노동자연맹(AFMM), 6천764명의 미얀마운수노동조합연맹(MTLTUF), 1천629명의 미얀마목재건설노동자연맹(BWFM)을 산하조직으로 두고 있다.

CTUM 산하조직에 속한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은 23세로 매우 젊으며, 여성 조합원 비율은 25%다.

월평균 1인당 조합비는 100원에서 150원 정도로 한국 노동자와의 소득 격차가 20배 이상 나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낮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무실은 물론 연맹 상근 활동가도 거의 없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노동조합 등록 절차도 복잡하고 길다. CTUM의 경우 2015년 7월에야 총연맹 조직으로 등록을 마쳤다. 최소 30명이 있어야 단위노조로 등록할 수 있다. 14개 주 중에서 CTUM이 사무실을 둔 곳은 10개 주다. 전국 수준의 활동을 하기엔 미흡한 단계다.

2015년 8월부터 법정 최저임금이 우리 돈으로 하루 8시간 3천600원으로 정해졌지만 사업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중국인 소유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정을 들어 보니 하루 8시간 일하고 2천800원을 받고 있었다. 산업재해를 당해도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치료도 받지 못했고, 탄부의 상당수가 여성 노동자들인데 출산휴가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미얀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월 83달러로 우리 돈으로 9만원이 조금 넘는다. 100달러에서 150달러 사이인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최저임금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노동운동 전선의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CTUM에서 갈라져 나온 세력이 다른 총연맹을 만들었다. 미얀마산업직업서비스노조연맹(MICS)이 대표적인 경쟁조직이다. 해외 기구들의 재정지원이 미얀마 노동운동 전선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의류공장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한국인 소유 공장에서 온 노조간부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으로 국제노조에서 일한다고 소개하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인 사용자의 잔인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단체협약이 있냐고 물으니, 있다고 답을 한다. 조항이 몇 개냐 물으니, 노동자 권리와 이익을 통합한 체계적인 단체협약이 아니라 사안마다 따로따로 교섭하고 서명하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된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대 초반 남자 노조간부에게 월급이 얼마냐 물으니, 한 달에 주 6일 근무에 40시간 정도 연장근로를 해서 우리 돈으로 2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대한항공이 인천-양곤 구간에 대형 비행기를 매일 투입하고 있을 만큼 한국과 미얀마의 교류가 많다. 좋은 한국인도 있겠지만, 한국인 사장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다. 한국대사관에선 그런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방문에서 미얀마 노동운동과 한국 노동운동의 연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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