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의료민영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보건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는 지난 19일 "정부의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은 민간기업에 건강관리부문을 열어 주고 의료영리화를 도모하기 위한 우회적 시도"라며 가이드라인 제정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17일 투자활성화 명목으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건강 증진과 질환 예방, 사후관리 같은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행위와 구분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민간이 해당 서비스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공의료체계 '흔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민간 투자유치 분야로 의료기관 진단·처방에 따른 약품섭취와 운동을 돕는 사후관리서비스,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생활습관정보 전송·관리,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 상담과 관련 용품 제공서비스를 예시했다.

의료행위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분리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변웅전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안, 손숙미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안이 대표적이다.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서비스와 별개로 규정하고, 지자체 허가를 받은 민간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두 제정안은 국민건강관리 분야를 민간에 넘기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의료행위와 건강관리 구분이 모호해 유사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대로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두고도 같은 우려가 쏟아졌다. 대한의사협회는 "가이드라인은 명백한 의료 영역인 건강관리를 의료기관 역할에서 배제했다"며 "의료기관 역할을 치료 영역으로만 제한해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유사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료와 처방은 의료기관에서 받고 사후관리는 민간 서비스기관이 하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법 개정 피하려 가이드라인 밀어붙이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국민건강보험 해체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이 포괄하고 있는 질병예방·의료기관 처방 사후관리가 민간으로 넘어가면 그만큼 건강보험 보장 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질병예방·사후관리는 의료법으로 규제하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법 개정 절차를 무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독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 건강관리서비스가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정책과 맞물릴 경우 의료영리화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건강관리서비스기관에 축적된 개인질병정보가 민간 의료보험사로 넘어가고, 서비스 이용을 빌미로 병원의 불필요한 고액검사가 늘어날 수 있다"며 "민간영리기업·민간의료보험을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원격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되면 거대 의료자본이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