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변호사가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진압작전을 지시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회의원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4·13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경북 경주에 출마한다. 거리의 변호사로 알려진 권 변호사와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진압을 지시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0대 총선에서 맞붙게 돼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변호사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일당터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 살인진압 주범인 김석기를 심판하러 나서겠다”고 밝혔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을 경찰이 진압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친 사건이다.

김 전 서울청장은 용산참사 이후 서울청장에서 물러난 뒤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이번 선거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경주에 출마했다. 권 변호사는 용산참사로 구속된 철거민들의 변호를 맡았다. 그는 “살인진압 책임자가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이자 경주 시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김석기의 감춰진 진실을 폭로하고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대구·경북(TK)의 심장부인 경주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권 변호사는 “대법원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의 원심을 깨고 자본의 손을 들면서 기울어진 정치적 세력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절실한 깨달음을 느꼈다”며 “정치 현장에 직접 참여해 소수 권력과 정치인이 전유하던 정치를 진짜 주인인 국민께 돌려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산참사 유가족과 비정규 노동자들은 “당선으로 김석기를 심판하자”고 외쳤다. 용산참사로 숨진 윤용현씨의 부인 유영숙씨는 “김석기 예비후보가 당선되면 7명이 숨진 용산참사의 면죄부를 김 후보에게 주는 것”이라며 “약자를 위해 투쟁하는 권영국 변호사가 꼭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50여명의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권 변호사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권 변호사는 이달 중 경주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 경주지역 노동·시민단체는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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