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51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구획정 협상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미래 헌법기관을 꿈꾸는 개개인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기존 246개 지역구(비례 54석) 기준으로 총 1천512명의 예비후보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쳤다. 6대 1이 넘는 경쟁률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을 앞세운 경력으로 4·13 총선에 도전장을 던진 예비후보자들을 조직·분야별로 살펴봤다.

한국노총 출신 현역 의원들 20대 총선 나서

중앙선관위에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 중 50여명이 노동 분야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노총은 20명 내외가 본부나 산하 조직 전현직 간부 출신으로 파악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출마다.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출신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61)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3선 도전이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58·서울 강서을)은 아직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3선 도전이 유력하다.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낸 한정애(51·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달 초 김 의원과 같은 지역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인구비례를 3대 1에서 2대 1로 낮추는 선거구획정이 마무리되면 강서병 선거구 분리가 유력해진다. 한국노총 출신 간 맞대결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을 지낸 김기준(59·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양천갑 예비후보자로 표밭갈이 중이다. 한국노총 홍보실장을 거쳐 정계에 진출해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성준(68) 후보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지역구는 경기 성남중원이다. 정환석(58) 전 한국노총 성남지부 부의장은 국민의당 예비후보자로 같은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직 한국노총 위원장도 총선에 뛰어들었다. 장석춘(59)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로 경북 구미을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같은 지역구에 석호진(56) 전 금속노련 LG디스플레이노조 위원장이 같은 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공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어기구(53)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는 충남 당진시에 출마했다. 이화수(63) 전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은 지난해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로 경기 안산상록갑에 출마해 일찌감치 표밭을 일구고 있다.

김명수(53·국민의당) 전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인천 남동갑, 박창완(57·정의당) 전 금융노조 경남은행지부 위원장은 서울 성북을에 예비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상연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실장은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20~30명 정도를 조직 출신으로 보는데, 아직 예비후보자 상태라 지원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24일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이 결정되면 그에 걸맞은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간부 중심인 민주노총

민주노총의 경우 현직 출마가 두드러진다. 배타적 지지 정당이 없어 각개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노회찬(60)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원래 지역구(서울 노원병)를 떠나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한다. 창원성산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재선을 했을 정도로 노동자 표심이 강한 곳이다. 노 전 공동대표는 최근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주관한 총선후보 투표에서 손석형(58)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을 눌렀다. 경남본부는 21일 "재적 조합원 2만1천여명 중 1만5천여명이 투표해 노회찬 후보(7천311표)가 손석형 후보를 325표 앞섰다"고 밝혔다.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으로는 전북 군산에 등록한 조준호(58) 예비후보자가 눈에 띈다. 김명곤(48)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같은 곳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로 출사표를 던졌다.

장도중(45) 사무금융연맹 한국신용평가정보노조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은 서울 강동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현역인 같은 당 심재권(70) 의원과 당내 경쟁을 해야 한다.

대전 유성구에선 이성우(54)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 정의당 예비후보자로 출사표를 던졌다. 최종문(44) 민주노총 강릉지역지부 사무차장은 강원 강릉 예비후보자로 나섰다. 소속은 노동당이다. 전직 위원장도 가세했다.

민주노총 2기 위원장을 역임한 이갑용(57) 노동당 예비후보자는 노동자들의 도시 울산 동구에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무소속 예비후보자인 김종훈(52) ‘민주와 노동’ 대표와 단일화를 논의 중이다. 두 후보자 모두 울산 동구청장 출신이다.

인천 지역에 노동자 후보들이 몰린 것도 주목된다. 조택상(57·정의당) 전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지회장은 중구동구옹진, 유길종(55·국민의당) 전 금속노조 GM대우차사무지부 지부장은 인천 부평을에 출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던 이수봉(55·국민의당) 전 민주노총 대변인은 계양갑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밖에 배강욱(56)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로 경기 용인병, 손종표(42) 전 민주노총 연대사업국장은 무소속 예비후보자로 대전 대덕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 광명을에는 이병렬(54) 전 보건의료노조 연대사업국장이 정의당 예비후보자로 나선다. 경북 경산청도에는 배윤주(37·정의당) 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상병원분회 사무장이 예비후보자로 출마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 출신 권영국(53) 변호사는 21일 "무소속으로 경북 경주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지역구에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김석기(62)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맞짱을 뜨겠다는 것이다. 용산참사 변호를 맡은 노동인권 변호사 대 용산참사 진압 책임자 간 맞대결이다.

정의당 부대표인 김형탁(54) 전 흥국생명노조 위원장은 경기 의왕과천 예비후보자로 출마했다. 양경규(57)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초대위원장과 조성주(38) 전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은 정의당 비례대표 일반명부 선거에 참여한다.

구교현(38) 노동당 대표와 세월호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인 용혜인(25) 전 아르바이트노조 대학팀장은 노동당 비례대표 예비후보자로 나선다.

민주노총 출신 현역 의원들도 여럿 도전장을 내민다.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정진후(59·비례)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경기 안양동안을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지낸 도종환(62·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충북 청주흥덕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 심상정(57) 정의당 상임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덕양갑에 출마한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23일부터 출마자 현황을 파악해 26일 중앙집행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양동규 정치위원장은 “심의를 거쳐 민주노총 후보로 확정되고, 다음달 정식 후보자로 등록되면 세액공제를 활용한 정치후원금을 제공하는 등 여러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지역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경로로 후보자를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행정 관료 지역구 도전, 비례후보에도 오르내려

노동행정 관료 출신과 노동정책 보좌관, 노동 전문가들도 4월 총선을 지나치지 않는다. 노동부 장관 출신 이인제(68) 새누리당 의원은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출마했다.

임태희(60) 전 노동부 장관은 경기 성남분당을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대구지방노동청장을 지낸 이완영(59) 새누리당 의원은 경북 고령성주칠곡,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으로 일하다 최근까지 새누리당 노동담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던 조재정(54)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는 경기 안양동안을에 등록했다.

경기 부천원미갑에 출마한 문맹열(54) 국민의당 예비후보자는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전남 광양구례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후보 노동특별보좌관을 역임한 안준노(56)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와 김대중 전 대통령 대선 때 노동특별보좌관으로 일한 김현옥(72) 국민의당 예비후보자가 동시에 출마해 관심을 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복지노동 행정관을 지낸 조재희(57)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는 서울 송파병에서 표심을 모으는 중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19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은수미(53)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 성남중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로써 성남중원에서는 은 의원과 조성준 전 의원, 안성욱(52) 성남시 고문변호사(이상 더불어민주당), 정환석 전 부의장·윤은숙(57) 전 경기도의회 의원·박윤희(47) 전 성남문화재단 이사(이상 국민의당), 김미희(50) 옛 통합진보당 의원(무소속), 신상진(60) 현 의원(새누리당) 등 8명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외환은행신용카드사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정재호(51)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는 경기 고양덕양을에 출마한다. 하윤정(29) 아르바이트노조 대변인은 노동당 예비후보자로 서울 마포을, 정기철(54)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 노동위원장은 대구 수성을에 도전한다. 경북 경주에는 이상덕(51) 전 경주시지역 택시연합노조 사무국장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로 나섰다.

최종 후보자 등록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노동계 출신들의 지역구 도전은 잇따를 전망이다. 선거구획정이 마무리되고 각 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발표하면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새누리당에서는 김주익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박대수 한국노총 부위원장·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이 자천타천 비례물망에 오르내린다.

노동계 관계자는 “쉬운 해고 같은 파급력이 큰 노동현안이 대두되면서 노동과 연관된 분야에서 출마한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이 예년보다 높다”며 “난립해 있는 예비후보자들이 정리되고 당선 가능성이 보이는 후보자 윤곽이 잡히면 양대 노총이 본격적인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