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가 협력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신규업체가 정식계약 전에 성과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조항이 담긴 단기계약 체결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에 따르면 경인남부기술센터 직원 30여명은 이날 2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이달 1일부터 센터를 운영하는 ㈜미추정보가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초단기 근로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정식 근로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로계약서에는 "업무태도 및 업무성적이 불량하거나 소질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기간 전이라도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성과에 따라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저성과자 퇴출 규정이다. 계약서에는 이 밖에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여럿 담겼다. 업무지역이나 직종을 회사 경영사정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하거나, 회사가 지급한 물품을 분실했을 경우 손해비용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근뿐만 아니라 지각·조퇴까지 그 시간만큼 급여를 차감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이다. 직원들은 업무능력이 충분히 입증된 사람들인데 사실상의 수습기간을 갖고 평가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센터측이 어떤 평가기준으로 근로계약 해지·체결을 결정할 것인지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아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김승호 지부 사무국장은 "정식 근로계약도 아닌 가계약이고, 기준지표나 업무처리율 같은 업무 관련 지표가 몇 가지 있기는 하나 이 중 무엇을 어떻게 쓸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며 "조합원을 표적 해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진수 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수년간 같은 곳에서 근무해 온 사람들에게 업무적합성을 가리는 수습기간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스럽다"며 "더구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기준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최 노무사는 "결국 초단기 근로계약 기간에 자의적 평가기준으로 직원을 골라 해고하고, 경우에 따라 조합원을 차별적으로 해고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인남부기술센터 관계자는 "업무상태를 보고 자격이 있는 사람만 고용할 것"이라며 "그것을 판단할 기간이 필요해 단기계약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급여도 기존대로 보장하기 때문에 수습과는 다르고 직원 동의서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평가기준에 대해서는 "내부 방침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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