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23 월 09:30
상단여백
HOME 칼럼 박명준의 일자리와 민주주의
노동시장 삼재(三災) 극복을 위한 사회책임적 노사관계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기업은 하나의 가치 지향적 구성체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양면성을 지닌다. 마르크스가 분석한 대로 각각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로 칭할 수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교환가치 창출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다만 교환가치 창출은 시장에서 구매되는 사용가치를 담지한 상품과 재화의 창출을 통해 이뤄진다.

하나의 가치 지향적 구성체로서 기업은 일정하게 사회에 대한 책무를 지닌다. 사회책임적 기업활동의 측면은 다양하다. 교환가치를 많이 창출하고 그것의 일부를 친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생산해 내는 사용가치 자체에 사회적 속성을 굳이 가미하는 방식으로 사회책임성을 추구할 수도 있다.

사회는 기업의 밭과 같고, 기업은 사회의 펌프와 같다. 오늘날 사회의 여러 가지 상황은 기업을 이끄는 주체들의 사회책임적 행위선택을 요구한다. 흔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고 하면, 기업 본연의 생산 혹은 서비스 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사용가치의 사회적 측면 이외에 별도의 사회적 가치기여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는 사회단체를 후원하거나,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식의 사업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CSR의 영역과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고용'이라고 하는 주제는 오늘날 그 어느 영역보다 기업의 사회책임적 행위를 요청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노동시장의 세 가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은 각각 고용정체, 격차심화, 그리고 고용불안이다. 고약하게도 세 가지 모두를 해결하는 묘약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고용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불안을 확산시키는 전략이 이야기되고 있긴 하나, 아쉽게도 처방으로서 전체성이 떨어진다. 그러하기에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있다.

기업이 사회책임적으로 고용에 접근하면서 삼재 해결에 기여하려면, 아마도 고용불안 증대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고용정체를 해소하고(신규고용 창출) 격차해소를 도모하는(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방식을 추구해야 맞다.

이는 경영자만의 노력으로 성취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역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차원에서 노동시장 삼재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2000년대 독일처럼-노조가 파업을 자제하고 임금인상을 낮추며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 등을 통해 고용안정과 함께 양질의 신규일자리를 창출하는 쪽에 기여한다면, 이는 사회책임적이자 친고용적 행위선택이다.

노사관계에서 상생과 협력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현재의 사회적 상황에서 그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부족하다. 그것은 자칫 내부자들만의 연합(coalition)으로 외부자들을 배제하는 사회적 의미를 띨 수 있다. 만일 노사가 화합해 기업활동으로 달성한 이윤을 단지 현재의 노조원들에게 배분해 그들의 구매력을 진작시키는 쪽으로만 활용한다면, 그것은 적극적인 친고용적 행위선택이라고 볼 수 없고, 현재의 사회적 맥락에서 그다지 사회책임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지 않고 이윤을 기금화해 협력업체의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 일부 활용하거나, 신규채용 기회 확장을 위한 인사정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쓴다면 친고용적·사회책임적 노사관계라 하겠다.

경제활동 주체인 기업과 그 구성원들로 하여금 사회책임적 태도를 강요하는 것은 자칫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분명 사회라고 하는 밭에 기반하고 있다. 밭이 전반적으로 말라 가는데, 펌프의 물줄기가 특정한 곳으로만 흐른다면 전체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명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