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원청에 노조가 있지만 우리와 다른 회사”라며 “노조를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가입하는지도 모르고 회사에 찍힐까 봐 말도 못 꺼낸다”고 털어놓았다.
노조의 보호를 받고 싶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희망과 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노조의 기능 간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조가입을 원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수요가 ‘좌절’되는 현상이 심해진다는 뜻이다.
10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비정규직 노조가입 의향과 현황’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조가입을 바라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을 분석한 결과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 노동자 중 노조에 가입하겠다거나 가입할 의향이 조금이라고 있는 이들의 비중은 2007년 28.3%를 기록한 뒤 급감해 2014년에는 13.9%로 반토막 났다. 반면 같은 기간 가입할 의사가 없는 노동자들은 45.4%에서 65.8%로 늘어났다. 노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노조에 가입할 의사를 가진 이른바 ‘은폐된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 중에서 노조 가입이 제한되는 바람에 노조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까지 포함해 은폐되거나 잠재된 수요를 도출했다. 그 결과 노조가입을 바라는 비정규직은 2007년 26.0~71.1%, 2014년 11.7~69.3%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비정규직이 늘었지만 이는 노조 가입을 제한당하면서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좌절된 수요’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정재우 연구원은 “한국의 노조들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아직 그 힘이 부족한 것 같다”며 “(기존) 노조는 장벽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의 외침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