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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남편·아들과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한동안 갈 곳이 없어 지구촌사랑나눔 이주민쉼터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은 돈을 벌어서 쉼터를 나와 독립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이주민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밥은 쉬는 날이 없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구촌사랑나눔 이주민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중국 동포 김정자(60)씨는 “중국에서 살기 너무 힘들어 한국에 오게 됐다”면서 “이주 초기에는 지구촌사랑나눔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김씨와 그의 가족들은 일자리를 얻어 자립할 기반을 마련했다. 그렇다고 형편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종종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한국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박성국 대표이사와 박운 편집국장을 비롯한 <매일노동뉴스> 임직원들이 새해를 맞아 이주민무료급식 ‘밥 퍼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양배추·당근·양파를 다듬었다. 이를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 150명분의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사과·감 같은 과일을 깎아 버무린 샐러드도 내놓았다. 함께한 자원봉사자들은 배춧국을 끓이고 김치와 콩나물·김을 다듬어 배식창구에 올렸다.

오전 11시30분을 넘어서자 무료급식을 이용하려는 이주민들이 급식소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의 생김새가 낯설지만은 않다. 김상길 지구촌사랑나눔 후원사업본부 팀장은 “구로지역은 중국 동포 밀집지역”이라며 “처음에는 모든 이주민을 상대로 무료급식을 제공했는데 지금은 중국 동포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에 머무를 곳이 없어 이주민쉼터에 몸을 의탁한 70여명과 구로구 인근에 살거나 일하는 이주민 400여명(하루 평균)이 무료급식소를 이용한다. 2008년부터 이곳에서 봉사와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민선희 목사는 “밥은 쉬는 날이 없지 않냐”며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무료로 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원금 30만~50만원이면 150명 한 끼 해결

지구촌사랑나눔은 1992년부터 외국인 노동자 보호와 인권향상에 힘을 쏟은 김해성 목사 주도로 만들어진 이주민 복합지원센터다. "모든 사람은 인종과 국가를 초월해 존엄성을 갖는다"는 가치로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중국 동포를 비롯한 이주민들의 인권신장과 복지향상을 위해 뛰고 있다.

구로구에 있는 센터 건물에는 무료급식소(1층)와 함께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2·3층), 이주민쉼터(4층)가 있다. 이주민 자녀를 위한 지구촌학교도 별도로 운영한다.

김상길 팀장은 “2004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에서 연간 2만명씩, 11년간 누적인원 43만명이 찾아 치료를 받았다”며 “2011년에 만든 지구촌학교는 이주민 자녀 학교로는 처음으로 초등학력을 인정받는 대안학교로 자라났다”고 소개했다. 이런 모든 활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자발적 봉사로 이뤄진다.

무료급식소 봉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활동이다. 30만~50만원의 후원금과 4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만 있다면 이주민 150여명에게 한 끼 식사를 오롯이 제공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200여팀, 1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후원비를 내고 급식봉사를 했다.

박성국 대표이사는 “노동계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노조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동계가 연대해야 할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이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후원계좌 KEB하나은행(630-004687-731), 봉사활동 문의 지구촌사랑나눔(02-849-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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