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와 노조 결사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평화적 집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우려와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그는 같은달 20~29일 방한해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 상황을 조사했다.

◇“한국 집회·결사의 자유 후퇴”=키아이 특별보고관은 무엇보다 한국 집회·결사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방한 일정 중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법조문을 해석할 때 인권을 우선해야 할 법원도 최근 들어 인권을 확대하기보다 제약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집회의 모든 과정에 한국 정부의 부당한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고 봤다. 사전에 집회를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되고 사전통보를 한 집회 중에도 상당수가 불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통방해를 이유로 불허하거나 특정 장소·시간에 금지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상 정당한 시위 불허 사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거나 차벽을 세우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경찰과 시위대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이후 1천500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조사 대상에는 집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폭력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주최측이 포함됐다”며 “한상균 위원장 사례와 같이 다른 참가자의 폭력행위로 인한 책임을 주최측에 물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조 결사의 자유 침해 심각”=그는 노조 결사의 자유 역시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9명의 해직교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내려진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 우려한다”며 “노조 해산에 대한 국제인권법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친기업노조 가입을 강요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례에 대해서는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법당국은 앞으로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판결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다수노조를 통한 교섭창구 단일화와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 고소가 결사의 자유권과 파업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그간 반복적으로 권고한 바와 같이 한국 정부는 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제98호)을 조속히 비준하고,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제22조(결사의 자유)에 대한 가입유보를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의 자유 보장해야”=한국 정부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나 그들의 대표자와 열린 대화를 하고 대화 채널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집회는 당국이 유가족의 우려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느낌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며 “집회의 자유권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적 방식으로 자신들이 가진 반대의견을 표출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쟁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그는 성소수자단체인 비온뒤무지개재단과 4·16가족협의회가 정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광범위하고 모호한 언어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는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