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지침으로 발표한 뒤 온갖 불법을 동원해 이행하도록 강제하더니만 용역노동자 보호지침은 지침이라서 강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말이 되나요?”

이계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장이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쏟아 낸 하소연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공공기관인 보라매병원과 경북대병원에서 벌어지는 용역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2012년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통해 공공기관이 용역업체를 변경할 경우 인원 변동 없이 고용을 승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당초 35명이었던 주차관리 용역노동자들을 31명으로 줄이는 신규계약 체결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 불만을 품고 신규채용 공고에 응하지 않은 26명의 용역노동자들이 끝내 해고됐다. 경북대병원이 지침 준수는 고사하고 오히려 용역노동자 대규모 해고사태를 조장한 셈이다. 게다가 경북대병원은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복직투쟁을 하는 해고자들의 입마저 막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보라매병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중노임단가를 지급하라는 정부 지침이 묵살되고 있다. 최근 병원과 새로 계약을 체결한 환자이송 용역업체는 시중노임단가를 기본급으로 정하라는 지침 내용을 무시한 채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책정했다. 또 오랜 기간 동일 업무를 한 노동자들에게 3개월 수습기간을 명시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했다.

6년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이송 업무를 한 박영복씨는 “업체가 18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한 사람들도 있는데 3개월 수습기간을 적용하고, 언제든 자를 수 있는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살인적인 저임금이지만 고용이라도 안정되길 바라는 저희 같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고 하소연했다.

이계옥 분회장은 “정부 지침이 발표된 지 4년이나 지났는데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집단해고되고 일방적인 임금삭감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을 현장으로 복귀시키고, 시중노임단가에 기초한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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