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남 대표노무사(노무법인 이유·임금노동정책연구소)

대상판결/ 헌법재판소 2015.12.23. 선고 2014헌바3 근로기준법 제35조제3호 위헌소원 결정

1. 들어가며

이 사건 근로자는 2009년 5월21일 입사해 같은해 7월6일 2개월도 되지 않아 예고 없이 해고됐다. 해고 사유가 어찌 됐든 사용자는 월급근로자로 6개월이 되지 않았으니 근로기준법 제35조제3호(월급근로자로서 6월이 되지 못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해고예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해고예고규정은 사용자가 해고하기 전 30일전에 통보를 하거나 아니면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근기법 제26조), 사용자 입장에서는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에게 해고예고통보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필요도 없이 쉬운 해고를 할 수 있다. 이렇듯 근로기준법 제35조제3호(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소위 정규직으로 입사했더라도 사용자는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즉시 해고할 수 있고,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는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신세가 돼 부당해고 싸움을 이어 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위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시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2001년 7월 합헌 결정한 이후 아래와 같은 이유로 14년 만에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로 위헌 결정을 했다.

2. 대상판례 검토

가. 해고예고제도의 제정과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2001년 합헌 결정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해고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제23조)1),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포함)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았을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제26조). 하지만 제26조 ‘해고예고’는 일급근로자로서 3월을 계속근무하지 아니한 사람(제1호), 2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용된 사람(제2호), 월급근로자로서 6월이 되지 못한 사람(3호), 계절적 업무에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용된 사람(제4호), 수습사용 중 근로자(제5호)에 대해서는 적용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제35조).

위 해고예고제도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에는 해고시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다가(2년 이상이면 가산 지급)2), 1961년 개정돼 현행과 같은 해고예고통지와 예고수당을 규정했으나, 적용제외사유에 관한 규정은 제정시부터 현행법까지 그 조문의 위치만 바꿔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고예고제도’는 사용자에 의한 돌발적인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얼마간 근로자를 보호해 주려는 제도라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인 ‘월급근로자로서 6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2001년 헌법재판소는 비교법적으로도 우리의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제외 사유가 특별히 지나치게 광범위 하지도 않고, 월급근로자와 월급 이외 형태로 보수를 지급 받는 근로자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결과적 차별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제정한 것으로 중대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으로 보지 않았다3).

하지만 당시 일부 재판관은 국제노동기구도 모든 근로자가 해고당할 경우 해고예고기간을 부여받거나 예고수당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4), 보수의 지급형태에 따라 단지 월급근로자만을 해고예고제도 적용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어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 근로의 권리 침해와 평등의 원칙에 위반에 따른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14년의 세월이 흘러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했다. 제정 당시 일본 노동기준법을 모방했으나 일본에도 없는 조항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위헌 결정의 요지를 보면, 해고예고제도는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인 해고와 관련된 사항으로 근로조건이자 근로의 권리 내용에 포함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인 적용대상 근로자의 범위가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재량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32조제3항에 위반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고예고의 적용배제 사유로 허용할 수 있는 것은 근로계약의 성질상 근로관계 계속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가능성이 적은 경우에 한정돼야 한다. 그런데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사람’은 대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 근로계약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과 비교법적으로도 유럽 각국에서 6개월 미만 근로한 월급근로자를 해고예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한편, 심판대상 조항은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를 근무기간 6개월 이상인 월급근로자나 월급제 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받는 근로자와 차별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어 헌법 제22조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6개월 미만 근로한 월급근로자에 대해서도 사용자는 해고예고의무를 부담해야 하며 ‘쉬운 해고’에 대한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고 해고예고와 해고의 효력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대법원 1994.12.27 선고 94누11132 판결)이라는 점에서 해고의 정당성 싸움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이다.

3. 나가며 - 쉬운 해고에 정당한 이유는 없다

지난 22일 정부는 ‘쉬운 해고’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이 과연 정부가 말하는 대로 ‘공정한 인사 지침’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해고의 유형을 일반해고·징계해고·정리해고로 구분해 정부의 지침대로만 하면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규정을 무시하고 사용자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을까. 해고는 다 같은 해고지 그 성격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근로기준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해고예고의무 또한 발생한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과 같이 ‘해고’는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정부 지침에 기대어 제멋대로 근로조건을 변경·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정부지침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투쟁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각주

1) 동 조항의 내용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존재해 왔다(제27조 제1항).

2) 제정 근로기준법 제28조 (해고자에 대한 지급) 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경우에는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② 2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계속근로연수 1년에 대해 30일씩을, 계속근로연수 10년 이상인 때에는 10년을 넘는 1년에 대해 60일씩을 전항일수에 가산해야 한다.

3) 헌법재판소 2001.7.19 선고 99헌마663 판결

4) 1963년 ‘사용자의 발의에 의한 고용의 종료에 관한 권고’(권고 제119호) 제7조, 1982년 제158호 조약 제11조를 근거로 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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