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와 정부지침 분쇄를 위한 민주노총 서울지역 파업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경제여건이 좋다면 무엇 때문에 노와 사 양쪽에 양보와 고통분담을 이야기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는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저 개인의 이익을, 이득을 위해 임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여건을 악화시킨 것에 대한 성찰을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정부 "불법파업 엄단"=박 대통령은 이날 고용노동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들딸들의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의 일부 기득권 세력과 노동계의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개혁 저항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대 지침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예고한 노동계에 힐난을 쏟아 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다시금 외환위기 같은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 직장을 떠나 거리로 나오는 집회문화에서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불법집회 선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도 지난 24일 담화를 통해 “지구촌 곳곳의 테러로 국민 안전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고 북한도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국제법 위반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며 “이런 대내외적 안보 위기 속에서 민노총이 불법파업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그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노동계의 집단 반발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은 2001년 민주노총 파업 당시 보수언론들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을 상기시킨다. 문제의 본질을 숨기면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상대를 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는 흑색선전은 권위주의 정권의 전가의 보도다.

◇힘 빠진 노동계=문제는 노동계다. 총력투쟁을 예고했지만 힘이 달린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을 비롯한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실제 파업에 나선 사업장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사업장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탓에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날 열린 지역별 집회에도 민주노총과 산하조직의 간부들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투쟁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민주노총의 조직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29일까지 매일 파업집회를 열고, 30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총파업대회를 연다. 26일 중앙위원회와 3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세부적인 투쟁계획을 논의한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계획을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29일 서울역광장에서 2대 지침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둘러싼 부당사례를 접수하는 신고센터를 가동하고, 2대 지침에 대한 대응매뉴얼을 만들어 산하조직에 내려보낼 방침이다.

당초 양대 노총 공동 결의대회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당분간 내부 조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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