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단 이틀간 현장 의견수렴을 거친 뒤 지난 22일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의견수렴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부가 2대 지침 최종안을 발표한다고 언론사 기자들에게 공지한 것은 22일 오전 7시30분. 당초 이기권 장관은 같은날 오전 울산지역 노사관계자들을 만나 조찬을 하면서 지침에 대한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노동부는 전날 밤 간담회를 취소하기로 하고 실국장단 회의를 긴급하게 열었다. 22일 지침 발표를 위한 실무작업을 한 것이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한 이달 19일 기자회견에서 “근로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조직·미조직 부문의 의견을 지역·산업별로 충실히 수렴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 2대 지침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20일부터 현장방문을 시작했다. 노동부는 2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2대 지침 정부안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27일까지 간담회를 한 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노동부는 그러나 이틀간 현장 의견수렴 모양새를 취한 후 곧바로 3대 지침을 발표해 버렸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현장을 다녀 보니 빨리 발표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침을 확정해 발표한 뒤 추가적으로 홍보·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현장 노사가 지침 내용이나 취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빨리 발표하는 것이 노사 이해를 높이고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이 장관은 2대 지침과 관련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우선 한국노총에 "(2대 지침과 관련해) 협의할 게 없을 만큼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지난해 12월30일 2대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 이달 19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지역·산업별로 충실히 수렴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겠다"고 밝혔다가 사흘 만인 22일 "빨리 발표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주장하면서 2대 지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틀 동안 고작 6곳에서 간담회를 하고 난 뒤였다. 노동부는 간담회 참석자들의 소속 사업장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노동부가 여론호도 논란이 일자 간담회를 포기했거나, 청와대 주도로 지침 발표를 앞당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어차피 처음부터 현장 의견수렴은 지침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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