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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없앤 퇴출제 되살아난다” 2대 지침에 움츠러든 노동자들기업들 “일단 하고 보자” 저성과자 퇴출·임금피크제 확산될 듯

5년여 전 저성과자들을 대상으로 동기부여·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가 노조 반발로 몇 개월 만에 시행을 중단한 한 시중은행. 해당 은행 노조 관계자들은 지난 22일 고용노동부가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발표한 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부 지침이 은행 인사관리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부 지침까지 나온 상황에서 은행측이 혹시라도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5년 전과 비교해 노조가 더 밀릴 수 있다”며 “조합원들은 ‘설마 내가 잘리겠냐’는 인식이 강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정도면 해고 가능" 시그널 준 정부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 22일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가이드북)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을 전격 발표함에 따라 노동자들의 혼란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양대 지침이 쉬운 해고나 쉬운 임금삭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사관리와 취업규칙 변경상 절차·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저성과자 해고와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시행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적분쟁과 노사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침을 만들었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인데, 정작 현장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인사평가제도의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저성과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기업의 46%가 저성과자 교육기간을 1주일 이내로 잡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업무부진을 개선할 정도의 충분한 교육시간을 부여하도록 한 노동부 지침과는 달리 저성과자에 대한 일선 기업의 교육훈련이 형식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기업의 주먹구구식 인력운영을 용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배치전환 등을 통해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바꾸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노동부 지침은 기업 인사관리 방식을 바꾸는 데 실효성이 있을까. 인사평가제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김기선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계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회사의 주먹구구식 인사관리 체계는 바뀌지 않으면서 통상해고에 대한 사용자 입증책임만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제23조1항)에 따라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에는 정당한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데, 정부 지침이 이런 사용자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노동부가 가이드북을 통해 기업에 적극적인 인사관리체계 개편을 요구해야 하는데, 컨설팅을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사용자들에게 ‘이 정도만 지키면 해고가 무효화되지는 않는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 이상을 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취업규칙 지침으로 집단동의 방식 무력화하나

노동부의 취업규칙 지침도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2000년부터 정년 60세를 시행 중인 부산교통공사 노사는 지난해 12월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에 잠정합의했지만 해당 안건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공사측은 퇴직을 1년 앞둔 직원들에게 개인신청서를 받은 후 공로연수제를 시행했다. 임금총액 30%를 감액한 뒤 집에서 쉬게 하는 제도다.

아울러 퇴직 2~3년을 남겨 둔 직원들에게는 임금 5%를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개별동의서를 받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조만간 개별동의서 작업을 중단시켜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인데, 법원이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노동부 지침은 회사가 개별동의서 같은 회람방식으로 노동자 동의를 얻는 방식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판례도 회람 방식의 효력을 무조건 부정하지는 않는다.

부산교통공사는 조합원 찬반투표 부결에도 임금피크제 강행을 위해 개별동의와 개별신청서라는 편법을 동원했는데, 정부의 취업규칙 지침 개정과 공공기관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 추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공사측이 퇴직을 1년 앞둔 직원들에게 개별동의서가 아닌 개별신청서를 받는 형식을 취하는 바람에 법적 대응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답답해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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