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노동 분야의 이슈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고용위기에 맞서 일자리 유지 또는 실업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호기로운 목표는 어느새 시야에서 멀어진 듯 보인다. 지난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고용노동부는 이날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과 ‘고용위기 지원대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유가 폭락과 중국경제 경착륙으로 세계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수출에 의존해 온 한국이 직격타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당장 한국 경제의 효자업종이었던 조선·해운·철강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였다. 그간 몸집을 불린 금융권마저 수익성 악화로 감원바람이 한창이다.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도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실업이 만성화되고, 파견직 등 비정규직이 확산됐다. 한국은 그 초입단계에 서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그 대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셈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마련한 정책은 너무 안이해 보인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은 바로 노동부다. 비정규직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비정규직 총량을 관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노동부는 그저 방향만 제시했을뿐 구체적 정책수단을 밝히지 않았다. 그나마 업무보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고용위기 지원대책’이다.

노동부는 ‘대량 고용변동에 대응한 선제적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위기 전-위기징후-위기발생으로 단계를 나눠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위기 전에는 관계부처가 취약업종을 모니터링하면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위기 징후가 보이면 고용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협의를 유도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한다.

그간 정부의 고용위기 지원은 ‘지역’에 국한됐다. 대량실업이 발생한 쌍용자동차와 중소조선소가 소재한 평택·통영시는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됐었다. 종전과 달리 정부는 지원대상을 지역에서 업종으로 변경했다. 이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지정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다. 특정 지역 차원을 넘어 업종 또는 산업차원으로 구조조정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종만 봐도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상남도 거제·통영·울산과 전라남도 영암군에 대기업과 중소사업장이 몰려있다.

정부의 정책 변경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이를테면 정부는 고용위기 징후가 보이는 취약업종에 조기경보를 하고, 노사협의를 유도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 지원은 업종에 맞춰져 있는데 업종 노사차원의 대화경험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위기 취약업종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할 노사관계 토대는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다. 산별노사 교섭체제는 아니더라도 업종단위 협의채널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경우와 우리나라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는 철저히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체제다. 고용위기 지원대책의 대상이 업종으로 전환됐을 때 드러나는 한계는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종전에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되면 고용위기가 닥친 노사에게 고용유지지원금이 지원됐다.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전직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대책이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됐다. 그런데 여기엔 두가지 맹점이 있다.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러한 전제는 번번이 지켜지지 않는다. 정리해고를 강행한 쌍용자동차가 대표적 사례다. 이러니 고용유지지원금은 실업자를 지원하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 가입자만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많은 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는 지원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했다.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된 통영시의 조선업종 사내하청 노동자 대다수는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영시 조선소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대비 10배를 웃돈다. 반면 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0%를 밑돈다. 정부지원이 지역에서 업종으로 바뀐다한들 종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는 셈이다. 실업 직격타를 받는 취약업종 노동자의 겨울이 길어질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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