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딸아이가 식탁에 앉아 외쳤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수저 들어 박자까지 맞추는 게 기특해 맞장구쳤지만, 뒤끝이 씁쓸했다. 응원 열기 뜨거웠던 그 광장에서 울고 웃던 청년들은 흙수저 들고 지금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고용시장도, 노정관계도 꽁꽁 얼어붙었다고 뉴스는 전한다. 절망의 수렁에 빠진 사람들은 더는 이 나라를 응원하지 않는다. 광장에 나서 항의하던 붉은 악마들은 감옥에 갇혔다. 커다란 고드름 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농민은 여태 의식이 없다. 빵빵빵 빵빵, 종종 여유롭게 울리던 자동차 경적 소리를 이제는 듣기 어렵다. 갈 길 바쁜 사람들은 끼어들기와 보복운전에 열중한다. 분노를 참지 못한다. 큰 추위라는 대한, 얼어붙은 한강 변을 거닐다 찾은 고드름에서 군상을 본다. 그건 참 궁상맞은 일이었지만 별수 없었다. 고시텔에서 쓸쓸히 죽어 간 어느 노조 전직 비정규직지회장의 소식이 들려온 탓이었다. 용산참사는 7주기라지. 당시 진압 책임자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 허리 연일 굽었다고. 또 소녀상 옆자리 청년들은 비닐 뒤집어쓴 채 노숙을 했다던데. 노란색 리본 가슴팍에 단 엄마·아빠들이 여전히 길에 섰다지. 어린이집 가는 길, 뒷자리 탄 아이가 노래했다. 렛잇고, 렛잇고. 겨울왕국이다. 맞장구를 쳤다. 녹을 테지. 귀 기울이니 거기 쩍쩍쩍 쩍쩍, 단단해 보이던 얼음 쪼개지는 소리가 한강 변에 꾸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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