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노동자 A(27)씨는 지난해 5월 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을 넣었다가 6개월간 마음고생을 했다. 근로감독관은 진정 처리기한을 마음대로 연장하며 75일이 넘도록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상 진정사건 처리기한은 25일이다. 처리기한을 연장하려면 진정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A씨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은 같은해 9월 말 체불임금액이 확정된 뒤에도 이상한 말을 했다. 사장이 "진정 취하서를 안 쓰면 돈을 안 주겠다"고 버텼는데, 감독관은 종용하는 투로 "사장 말대로 하라"고 했다. A씨는 두 달이 지난 그해 11월 말에야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B(24)씨는 체불된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근로감독관이 "주휴수당은 5인 이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탓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15시간 이상 일하면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B씨는 "법을 모르는 건지 사건 처리가 귀찮았던 건지 모르겠다"며 "적은 돈이라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는 한 달 밥값이고 월세인데 노동부조차 이런 식이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르바이트노조(비대위원장 이혜정)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감독관 진정처리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달 6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조사에는 A·B씨를 포함해 노동부 진정 경험이 있는 전현직 아르바이트 노동자 100명이 참여했다.

진정 항목은 임금체불(59%)이 가장 많았다.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15%), 휴게시간 미보장(9%), 기타(6%), 4대 보험 관련(5%), 폭력·폭행(4%), 성희롱(2%) 사건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99%가 "담당 근로감독관에게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 체불임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고 사장과 합의하라고 유도한 경우(32%)가 가장 많았다. 사장과의 3자 대면을 강요하거나(17%) 관련법이 애매하다며 사건 처리 불가능 통보(16%), 연락 없음(9%), 동의 없이 처리기일 연장(7%), 처벌 취하 종용(5%) 순으로 나타났다.

홍종기 노무사는 "상당수 근로감독관이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거나 합의를 종용하고, 불성실한 업무처리와 고압적 태도로 노동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근로감독관 업무처리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근로감독관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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