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옛 일본대사관 터 맞은편 길바닥에 앉아 식은 백설기를 뜯고 미지근한 차 한 잔을 나눈다. 어둑어둑 심상찮던 하늘에서 눈발 날아와 덮고 앉은 솜이불 위에 소복 쌓이는데, 툭 한 번 털고 만다. 자릴 오래 지킨다. 옆자리 가만 선 가수가 고무장갑처럼 붉은 손을 해서 통기타 줄을 부지런히 잡고 뜯는다. 순서 기다리던 또 다른 가수가 아에이오우 언 입을 푼다. 양복 반듯한 어느 지방정부의 장이 조용히 그곳을 찾아 스마트폰 조작 가능한 털장갑을 전한다. 이불 구석 자리에 들어 대화를 청한다. 카메라 들고 서성대던 기자가 잠시 바쁘다. 경찰 무전기가 띠릭 띡 자주 운다. 엄마와 함께 셀카 남기던 사내아이는 버릇처럼 손가락 브이를 만들었다간 슬쩍 내린다. 소녀상 앞에 한참을 멀뚱히 섰다. 엄마는 아이 모자에 쌓인 눈을 툭툭 턴다. 제 목도리 풀어 소녀상에 쌓인 눈을 턴다. 누군가 거기 달아 둔 노란색 세월호 리본과 단원고 교실을 지키자고 쓰인 버튼이 흔들린다. 밥차 끌고 온 사람들이 한구석에 밥상을 차린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쌀밥 위로 눈이 내린다. 학생들은 웃는 얼굴로 노숙을 기약한다. 기억해야 할 일도, 지켜야 할 것도 줄줄이 많아 설상가상, 이 겨울 사람들 일상이 이미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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