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산시 단원고 졸업식이 끝난 뒤인 12일 오후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이 지내던 '4·16 기억교실'을 찾았다. 윤성희 기자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정문으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교문을 빠져나왔다. 꽃다발을 한아름 안은 아이들의 얼굴은 밝았지만 크게 웃거나 떠드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날 졸업식을 치른 학생은 86명 뿐이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250명의 학생들은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학교측은 명예졸업식을 제안했지만 유가족들은 실종자(학생 4명, 교사 2명)들을 찾은 뒤에 치르자며 거부한 상태다.

학교 정문 건너편에서는 몇몇 유가족들이 지나가는 학생들을 애처로운 얼굴로 바라봤다. 고 박수현군 아버지 박종대씨는 졸업식 내내 아이의 교실에 가 있었다고 했다. "우리 아들이 졸업식 못 가서 쓸쓸해 할까봐요. 아빠가 졸업도 못 시켜 줘서 죄스럽고…." 박종대씨가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이창현 군 아버지 이남석씨는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마음 깊이 축하를 전한다"면서도 "우리 창현이가 밤새 스마트폰 게임 하는 걸 말리면서 졸업하면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 삶을 살아 보지도 못하고 떠나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한편 "학교측이 사전 언질도 없이 비표 소지자만 출입시킨다면서 출입을 통제해 마음이 상했다"며 "이러니 유가족들이 학교나 교육청을 믿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유가족과 시민들은 12일 오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추모 헌화식을 가진 뒤 교실 존치를 요구하며 단원고까지 침묵행진을 벌였다. 윤성희 기자

떨쳐 내야 할 기억 아닌 미래 위한 기억 되길

졸업식은 끝나도 참사의 진상규명, 희생자들의 교실 존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았다. 경기도교육청측은 학교 주변에 별도 기념관을 건립해 교실을 옮기자는 입장이다 .신입생이 입학하는 3월까지 논의를 마쳐야 한다고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정오 합동분향소에서 별도의 추모 헌화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고 김웅기군의 형 김인기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급한 명예졸업장과 주먹구구식 교실 보존 방안으로 참사의 흔적을 지우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선체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억과 배움의 시간을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유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이면 졸업식을 마치고 가까운 데 가서 짜장면 먹을 시간인데 그마저도 사치스러운 꿈이 됐다"고 말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졸업생들을 위한 축사로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 가기를 바란다"며 "별이 된 친구들이 떨쳐 내고픈 기억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그들을 대신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여러분들이 꿈꾸는 삶을 최선을 다해 떳떳하게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희생자 교실과 관련해서 그는 "우리 아이들을 추모해 달라고 교실을 보존하자는 게 아니라 참사 이후의 새로운 교육이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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