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엄현택)이 저성과자를 교육시킨 뒤 역량이 개선되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는 직원 역량강화 프로그램(레벨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재단은 이를 위해 저성과자 2명을 지목했다.

그런데 저성과자 분류기준이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일반해고 가이드북 초안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재단은 운영주체 중 한 곳인 한국노총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레벨업 프로그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노사상생을 위해 만든 재단의 설립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개월 교육 뒤 개선 없으면 해고 가능=7일 재단에 따르면 레벨업 프로그램 대상자로 지난달 2명이 선정됐다. 재단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시행된 근무평정 결과 3급 이상 간부 22명(외부파견 1명 제외) 중 하위 10%(2명)를 프로그램 이수 대상자로 뽑았다.

재단 프로그램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에서 6개월간 저성과자를 교육하는데, 업무역량이 증진되면 복귀시킨다. 그렇지 않으면 2단계에서 다시 6개월간 교육·상담을 받게 한다. 2단계에서 탈락한 직원은 직위해제된 뒤 마지막 3단계에서 별도 수행과제를 부여받는다. 3단계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직원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면직(해고)된다. 사실상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다.

재단은 노동부와 예산편성 협의가 끝나는 대로 저성과자를 교육할 외부기관과 계약을 맺고 레벨업 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재단 “퇴출 목적 아니다”=재단의 프로그램 적용 대상은 전 직원이 아니라 3급 이상 간부들이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일반해고 가이드북 마련을 추진하는 가운데 산하기관 중 저성과자 퇴출이 가능한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재단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가이드북 초안에서 일반해고 적용 대상자를 간부급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레벨업 프로그램 적용대상자가 전 직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재단은 “레벨업 프로그램은 (보직해임 같은) 퇴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간부사원들에게 긴장감을 심어 주고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도 반대하는 저성과자 강제할당=재단의 레벨업 프로그램은 노동계가 비판하는 노동부 일반해고 가이드북 초안보다 객관성이나 합리성이 떨어진다. 노동부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초안에서 “상대평가를 통해 최하위 등급을 받은 사실만으로 그 근로자에 대해 곧바로 업무능력이나 성과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재단은 근무평정에서 최하위 10%는 무조건 저성과자로 분류해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매년 하위 10%는 자동적으로 저성과자가 된다는 뜻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 가이드북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류방식인데 과연 평가가 공정하다고 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노사가 레벨업 프로그램 시행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3급 이상 간부 22명 중 무보직 5명이 노조 가입대상이다.

재단 관계자는 “노동부 가이드북 초안이 나오기 전에 계획이 확정되면서 초안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근무성적 불량자를 직위해제하고 3개월 안에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면 면직할 수 있는 인사규정을 근거로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병구 노동부유관기관노조 노사발전재단지부장은 “(레벨업 프로그램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재단 설립취지 무시"=재단과 운영주체 중 한 곳인 한국노총과의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재단은 지난해 11월 열린 운영위원회에 레벨업 프로그램을 보고하지 못했다. 한국노총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서면이사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운영위와 이사회 검토를 거치지 않은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 명확한 노사합의도 없이 강행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프로그램 가동을 중단하라는 뜻을 재단에 전달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전략기획본부장은 “노사가 주도적으로 참가해 노사문화를 발전시키고 상생하자는 것이 재단 설립취지인데 운영주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강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단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협조는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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