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노조가 설립돼 임금·단체교섭을 앞둔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노조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병원측이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임금인상 시기를 각각 달리하고 교섭시기를 제한하려 하면서 노조 을지대병원지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부는 지난해 11월 말 설립됐다. 1997년 노조가 와해된 뒤 18년 만이다. 임금수준이 다른 사립대병원보다 낮은 데다, 행정직·의료기사를 2년 단위 계약직으로 수시 채용하는 등 열악한 고용·처우가 노조 재결성의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에 따르면 병원측은 노조 설립 직후 갑자기 임금인상안을 발표했다. 비조합원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임금인상분을 소급 적용하고, 조합원은 임금협약이 타결된 뒤 적용하는 식으로 각각 임금인상분 적용시기를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임금·단체교섭 실무협의에서는 교섭위원을 3명으로 제한하고, 교섭도 3주에 1회만 하자고 요구했다.

지부 관계자는 "병원측이 조합원 명부 공개를 요구하다 안 되니까 비조합원임을 서명이나 문자로 증명하는 직원에게만 임금인상분을 주겠다며 조합원들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단협 안건이 200개가 넘는데 3주에 1회만 하자는 건 사실상 교섭과 조합원의 임금인상을 지연시키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병원측이 이달 1일 특별채용한 김아무개 신임 행정부원장의 이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씨는 대구시지노인병원 등 반사회적 노조탄압이 일어난 사업장마다 있던 인물"이라며 "노조를 탄압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병원측은 "교섭이나 임금인상 집행은 충분히 법적 검토를 거쳤고 인사권도 정상적으로 행사했다"며 "노조는 허위주장과 부당한 인사권 간섭 요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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