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원피스, 뾰족구두에 연지곤지까지 찍고 멋지게 출근했습니다. 첫 지국 전체조회에 참석하고 동료 선생님들과 미팅하는데 또 뭉클하데요."

지난 4일 오랜 해고생활 끝에 복직한 유명자 전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장이 첫 출근소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겼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오랜 농성 끝에 복직합의를 이룬 장기투쟁 사업장 해고노동자들이 잇따라 새해 출근길에 나섰다. 재능교육과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이 주인공이다.

재능교육지부는 2007년 12월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위해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회사측은 이듬해인 2008년 유 전 지부장을 포함한 지부 소속 학습지교사 12명을 해고했다. 유 전 지부장은 2천822일의 농성과 복직투쟁 끝에 지난해 9월 복직에 합의했다.

유씨는 SNS를 통해 "또다시 어쩔 수 없이 특수고용노동자이자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매달 실적 스트레스를 겪게 될 학습지 노동자이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그 길에 언제나 함께 서 있을 것"이라며 "1월에는 워밍업을 하고 2월부터는 당당한 노동자, 재능 선생님으로 힘차게 아이들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가진 스타케미칼 해고자들도 같은날 충남 아산에 설립된 공장으로 출근했다.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소재 스타케미칼(옛 한국합섬)이 2013년 1월 공장 폐업을 결정하면서 직원 200여명은 희망퇴직을 받아들였다. 이를 거부한 29명은 해고됐다. 이들 중 11명이 남아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꾸려 복직투쟁을 했다.

차광호 해복투 대표는 2014년 5월 구미공장 굴뚝에 올라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노사는 지난해 7월 별도 법인을 통해 설립한 공장에 해고자 전원을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호동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상급단체의 적극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운 장기투쟁 사업장 두 곳에서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투쟁 사업장은 여전히 많고 복직투쟁 과정은 자꾸만 길어지고 있다"며 "특수고용직이나 정리해고 등 법·제도를 악용한 해고를 막을 장치와 적극적으로 해고에 대비할 수 있는 상급단체의 준비, 오랜 투쟁에 고갈되는 해고자들의 심신을 채워 주고 버틸 힘을 좀 더 많이 모아 내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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