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26 금 14:57
매일노동뉴스
노동이슈 정치·경제 사회·복지·교육 기획연재 칼럼 피플·라이프 안전과 건강 노동사건 따라잡기 종합 English
칼럼기고
[릴레이 기고-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5법의 미래] 저임금 노동자 피해 보는 실업급여제도가 개혁이라니박정훈 알바노조 조합원
박정훈  |  labortoday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12.3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 입법’이라고 쓰지만 노동자들은 ‘노동개악 5대 입법’이라고 읽는다. 비정규직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하며,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현장 노동자들이 새누리당 노동입법에 대한 입장을 글로 보내왔다. <매일노동뉴스>가 하루에 한 편씩 지면에 소개한다.<편집자>
 

   
▲ 박정훈 알바노조 조합원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관리들이 거짓을 유포하면서 자신들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그런 나라에는 곧 재앙이 닥친다.”(I.F.스톤)

대통령과 정치관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진심으로 노동자를 위한 개혁이라고 믿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된다. 그것은 스톤의 말처럼 재앙이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혁이라며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고용보험 개선이다. 정부는 실업급여 혜택을 늘려 주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언론에서도 다른 건 몰라도 고용보험제도만은 개선이라고 보도한다. 과연 그럴까.

나는 이런저런 일을 해 봤지만 현대자동차 3차 하청공장에서 딱 한 번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퇴직 후 실업급여 혜택은 받지 못했다. 전단지 알바나 마루타 알바에 고용보험이 적용될 턱이 없었다. 알바노동자가 4대 보험을 요구했다고 치자. 그러면 사장은 대번에 “너 말고도 일할 사람이 많으니 나가!”라고 한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의 고용보험제도 개혁은 알바노동자에게 전혀 와 닿지 않는다. 4대 보험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고, 운 좋게 고용보험을 보장해 주는 사장님을 만난다 해도 180일 이상 일하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다음번 사장님이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줄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해야(기존은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가입)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놓고 이를 노동개혁 중의 개혁이라고 선전한다.

새누리당은 또 실업급여 상한액을 올리니 개혁이라고 광고한다. 이 역시 거짓말이다. 실업급여는 실직 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그 평균의 50%를 지급한다. 이 기준을 평균임금의 60%로 높이고 지급기간은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린다는 것이 새누리당이 자랑하는 내용의 골자다. 하지만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왜 그럴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 1천894만명 중 절반 가량인 938만명이 200만원 이하 월 소득을 갖고 살아간다. 이들의 평균 일급은 6만7천원 정도고 이것의 60%면 4만원이 된다. 따라서 이들 938만명 대부분은 현행대로라면 실업급여의 최저 하한액, 즉 최저임금의 90%를 실업수당으로 받게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 하한액 기준을 최저임금의 80%로 낮추겠다고 한다. 이것을 급여 확대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새누리당은 실업급여의 하한 기준을 낮추더라도 최소 4만176원은 지급하겠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는 실업급여의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실업급여가 따라서 상승되는 효과를 없애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가령 최저임금이 6천500원 정도로 오를 경우 현행 최저임금 90% 기준을 적용한다면 실업급여는 4만6천800원 수준이 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개악안을 적용하면 하한기준 80%인 4만1천600원이 된다. 사실상 최저시급이 6천500원 이상으로 오를 때까지 실업급여는 전혀 오르지 않고, 언젠가 그 구간을 넘어 오르더라도 현행 기준에 비해 실업급여는 삭감되는 것이다. 물가상승을 감안한다면 삭감 폭은 더 크다. 이런 방식은 청년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청년노동자의 경우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 대상 노동자가 평균인 67%보다 높아 그 규모가 74%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업급여제도는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을 때 생존에 타격을 입게 되는 노동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월 200만원 이하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더 불리한 고용보험제도를 개혁이라고 내놓았다. 어이가 없고 기가 찬다.

반면 알바노조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한 것은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서일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고용보험제도 등 노동자를 위한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입법안은 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려 한다. 알바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기준임금이다. 이들은 해고와 취업을 반복한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실업급여 지급요건을 까다롭게 바꾸고 하한기준을 내리는 것은 알바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득 200만원 이하 임금노동자 대부분이 피해를 본다. 정작 필요한 노동자가 피해를 보는 실업급여제도, 이래도 노동개혁일까?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박정훈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뉴스
1
노동법원 이유로 노동위원회 심판기능 폐지 안 돼
2
검찰, 유성기업 노조파괴 개입 혐의 현대차 임직원 기소
3
썬코어노조 "최규선과 사우디 왕자 관계 밝혀 달라"
4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간부문 확산하려면 정부 역할 중요”
5
대구성서우체국 집배노동자 '겸배' 중 숨져
6
버스노동자 “무제한 연장근로 만드는 근기법 59조 폐기해야”
7
민주노총 “노동적폐 갑을자본 청산해야”
8
석유공사노조 "김정래 사장 공공기관 적폐 청산 1호"
9
우체국시설관리단 '묻지마 동의서명'으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10
현대중공업지부 간부 2명 울산시의회 옥상 점거농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아이디등록 요청 | Subscribe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10길 20 (서교동, 2층)  |  대표전화 : 02)364-6900  |  팩스 : 02)364-69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운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일간) 문화가00272   |  발행인 : 박성국  |  편집인 : 박운 | 1992년 7월18일 창립 1993년 5월18일 창간
Copyright 2011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