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SKB) 협력업체가 사무실에 음성녹음을 할 수 있는 무인카메라(CCTV)를 설치하고 조합원을 고소하는 데 활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3일 SKB 전남동부지회(지회장 정지훈)는 최근 SKB 전남동부홈고객센터 관리자 최아무개씨를 개인정보 보호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센터 관리자가 올해 3월 이아무개 전 지회장이 자신에게 욕을 했다며 모욕죄로 고발하고 음성이 녹음된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 전 지회장은 "3월에 이어 5월에도 같은 관리자가 똑같은 이유로 나를 모욕죄로 고발했는데, 사건을 조사하던 순천경찰서측이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왔다"고 말했다.

센터측은 지난해 9월 서비스기사들이 주로 모이는 회의장과 업무용 장비를 받아 가는 장비실을 비롯한 사무실 4곳에 각각 CCTV를 설치했다. 노조가 설립된 지 두 달 만이다. 올해 2월에는 회의장과 장비실에 음성녹음과 원격조정이 가능한 CCTV 2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조합원들이 파업을 마치고 복귀하기 직전이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목적 외의 목적으로 조작해서는 안 되고 녹음기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동의절차도 문제다. 지회는 "사측이 시설관리·방범 목적이라고 했지만 조합원들에 대한 CCTV 설치 사실을 사전에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음성녹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구도 거절했다"며 "사실상 노조 감시·탄압용"이라고 주장했다.

신훈민 변호사(진보네트워크센터)는 "특정인이 출입하는, 즉 어떤 사람이 오가는지 뻔히 알 수 있는 공간에 CCTV를 설치하려면 설치목적을 고지하고 개인 동의를 모두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법이고, 작동 여부를 떠나 바로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설치목적과 다르게 CCTV 자료를 이용했다면 그 역시 위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씨는 "해당 CCTV는 작동을 중지시킨 지 오래됐고 작동시켰다는 증거도 없다"며 "조만간 경찰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10월 SKB 충주제천홈고객센터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불법 도청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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