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와 유가족 221명이 삼성전자에 사과를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정위원회 조정안을 무시하고 교섭 대신 보상위원회를 구성해 개별적으로 보상하려는 조치에 피해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의 중심에서 우리를 외친다'는 주제로 문화제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본관 앞에는 반올림이 이날로 77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근무 중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여했다. 참가자들이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지난 10월까지 반올림에 산업재해 상담을 요청한 직업병 피해자는 221명이나 된다. 이들 중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56명이다. 이들 피해자는 삼성에 사과를 촉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은 “20대를 온전히 투병을 하며 보낸 피해자와 (직업병으로) 딸을 보낸 아버지의 슬픔에 대해, 피해자들의 좌절감에 대해 삼성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삼성은 우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질병·근속기간·근속연수·소속과 관계없는 보상 △직업병 피해 제보자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직업병 문제가 공론화된 지 8년이 지나는 동안 221명의 제보자가 나타났고 75명이 사망했다”며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기업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 책임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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