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페인트 노동자들이 투기자본을 막아 달라며 상장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전 대표이사가 주가조작으로 구속됐는데도 나머지 경영진이 정상적인 투자자가 아닌 투기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섬노조와 현대페인트지회(지회장 나상대)·현대페인트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 임직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고상인)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가조작으로 구속된 전 대표가 임명한 경영진이 사채시장에서 투기자본을 끌어들여 직원과 그 가족 1천여명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페인트 경영진은 이달 15일 4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지난달 이아무개 전 대표이사가 주가조작을 통해 218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겨 구속되면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 가운데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회는 "경영진은 이달 11일 대부업체를 통해 35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사채 브로커들에게 현대페인트 사장 명함을 제공해 사채시장에서 투기성 자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더구나 이 과정에서 페인트사업을 포기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회와 비대위는 경영진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건실한 인수후보자를 유치하고 노사가 공개적으로 논의·검증하기로 한 구두합의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경영 의지가 높고 안정적인 자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인수의사를 밝혀 왔는데도 경영진이 이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60년 설립된 도료제조·판매업체인 현대페인트는 1989년 상장된 이래 네 차례에 걸쳐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그동안 최대주주들은 회사 매각차익과 주식·자산매각을 통해 수백억원 규모의 수익만 챙겨 철수했고, 그 피해는 직원과 소액주주들에게 모두 전가됐다"며 "당국이 페인트 사업에 전념할 건실한 투자자를 찾을 수 있도록 상장을 폐지하고, 경영진의 위법행위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3자를 신주의 인수자로 정해 놓고 실시하는 유상증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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