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표어로 쓴다면 “이익은 기업에게, 손실은 서민에게”다. 그의 담화문 주요 내용을 보자.

최 부총리는 첫째, 정책 운용방식을 국민체감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이 1.3%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도 한국 경제를 좋게 평가하고 있는 등 정부 경제실적이 자신이 평가하기엔 꽤 괜찮은 편인데, 국민이 평가를 짜게 하고 있다는 은근슬쩍 질책한다.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 정책은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정부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경제성과들이 기업에겐 좋았을지 모르지만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고통만 가져다준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을 깎아 공무원들의 소비지출을 줄였고, 임금피크제로 고령노동자 임금을 줄이고, 일반해고 제도화로 다수 노동자의 고용안정 수준을 오히려 낮췄다. 한중 FTA로 농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게 만들었으며, 22조원에 달하는 추경재정은 대부분 기업지원에 집중됐다.

최 부총리가 답해야 하는 건 정책 운용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정책이 서민과 기업 중 누구에게 실질적 혜택을 줬는지다. 기업에게만 좋은 정책을 운용해 놓고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고 평가하는 건 기만이다.

최 부총리는 둘째, 추경과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내년 초 재정-소비절벽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중앙과 지방 재정 8조원 조기집행, 공공기관 투자 6조원, 민자유치 확대, 국민연금을 통한 국내 실물투자 10조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역시나 기존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관점이 이상하니 결과도 이상하다. 정부가 집행하겠다는 십수 조원의 재정은 대부분 사회복지 같은 서민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 지원금들이다. 정부가 예로 드는 게 한전이 기업들을 위해 에너지 고효율 설비교체를 지원해 주고, 공공기관 소유 국유재산을 기업들에게 위탁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들에게 고수익률을 보장하고 시민들이 손실을 세금으로 메꾸기 일쑤인 민자사업도 어마어마하게 늘리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통한 실물투자도 지금까지 기금운용을 봐도 드러나지만 대부분이 재벌 기업에 대한 투자다. 고용을 늘리는 게 아니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오히려 선제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게 현재 재벌들인데 이들에게 국민연금을 더 퍼주겠단 이야기다. 당연히 고용을 통한 재분배 효과는 매우 제약적이다.

최 부총리는 셋째, 민간부문의 활력으로 성장흐름을 이어 가겠다며, 기업형 임대주택 5만호, 그린벨트를 해제, 무역금융을 20조원 이상 확대, 규제 프리존 설치, 기업활력법 제정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부동산개발 회사에 입지와 금융·세제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혜택을 줘 민간 사업자에게 연 5~6%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것인데, 겉만 임대 주택정책이지 실상은 건설사 지원정책에 불과하다. 수출대기업이 주요 대상인 무역금융 확대, 기업규제 자체를 아예 모두 없애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초헌법적 기업특혜인 규제 프리존, 자산가들의 부동산투기 효과 외에는 도대체 효과를 알 수 없는 그린벨트 해제, 재벌들의 꼼수 경영권 승계를 가능케 하고 총수 손실을 회사 손실로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기업활력법 등도 모두 철저한 기업 친화적, 부자 친화적 정책들이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최 부총리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건 노동시장 구조개혁밖에 없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하며, 해고를 좀 더 쉽게 하겠다는 게 어떻게 노동자를 위한 정책인지 알 길이 없다. 뻔뻔함의 극치다. 박근혜 정부가 생색내기 식이라도 지난해까지 이야기했던 경제민주화니 소득불평등 완화니 하는 것들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런 정책을 대체한 건 민주노총에 대한 공안탄압이다.

노동자가 진짜 총궐기해야 할 이유를 최 부총리의 2016년 경제정책방향이 다시 한 번 알려 주고 있는 듯하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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