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상 해고에 반대하는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문제가 걸린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조 권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조치인 데다, 9·15 노사정 합의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상 해고 절차 명확화 '생색' 교섭·파업은 '제한'

정부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노동·공공·교육·금융 4대 개혁을 완성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 분야 경제정책방향은 노동입법 국회 통과와 9·15 노사정 합의 후속조치가 핵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취업규칙 변경·일반해고 지침 마련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 허용 확대 △비정규직 차별 감독 강화 △체불임금 제도 개선 및 감독 강화 △퇴직연금제도 다양화 △외국인 인력정책 제도 개선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사용기간 확대 등이다.

주목되는 것은 노사정 합의 후속조치로 경영상 해고절차를 명확히 하고 기업 구조조정 관련 불법 쟁의행위를 예방하겠다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최근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경영상 해고시 근로시간 단축·업무조정·전환배치·휴직·전직지원훈련 같은 사용자의 해고회피 노력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한다. 해고를 통지하거나 재고용 사유 발생시 서면통지를 의무화하고, 해고자에 대한 우선 재고용 범위를 ‘같은 업무’에서 ‘같은 직종’으로 확대한다.

이 같은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이자 9·15 노사정 합의에 담긴 내용이다.

문제는 “기업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사전지도를 강화하고 노동위원회 조정사건 처리시 ‘조정대상이 아님’을 주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경영상 해고 절차를 까다롭게 해 줄테니 파업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노동부는 근거로 “기업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고도의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고 있다. 이런 판례는 한국 법원이 꾸준히 인용한 것으로, 대법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노동조건 직결되는데도 노동자 손발 묶이나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노동부 방침이 행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영상 해고 절차를 명확히 한다고 해서 정리해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노사 교섭과 노조의 단체행동이 구조조정 규모와 대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노동부가 727개 사업장 단체협약을 분석했더니 17.2%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시 노사합의를 하게 돼 있고, 22.6%는 노사협의를 거치게 돼 있었다.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사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근로조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는데, 정부가 안 그래도 비판받고 있는 대법원 판례만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가로 막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경영상 해고 반대파업을 인정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사갈등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법원이 경영상 해고 반대파업을 부정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노사정 합의 위반 논란 불거질 듯

노사정 합의 위반 논란도 불가피하다. 한국노총은 경영상 해고 절차를 까다롭게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발의 5대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권성동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고 해명해 왔는데, 노사정 합의문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갑자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영상 해고 절차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5대 입법에서 제외한 채 시간을 끌더니 급기야 재계의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사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며 “노조 권리를 제한할 의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